인터뷰

[인터뷰] 소외 이웃 위해 주식 30만 주 기부한 ㈜씨젠 천경준 회장 부부

박주현
입력일 2025-11-19 09:08:34 수정일 2025-11-19 09:08:34 발행일 2025-11-23 제 346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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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안정숙 씨 제안에 결정…“가난의 상처 겪었기에 그들의 고통 외면할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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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준 회장은 “살아서 나눌 수 있을 때 더 많이 나누자는 아내의 뜻과 나의 마음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며 “가난의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서, 약자 중의 약자인 무의탁 영유아와 독거노인에게 기부주식이 소중한 희망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아무 잘못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들, 가족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어르신들보다 더 취약한 이들이 또 있을까요? 고립 속에 놓인 이들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이라면, 그리스도인의 응답은 분명합니다. 더 크게, 더 많이 나누는 것이지요.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나눔을 실천하자’는 아내의 뜻에 저도 흔쾌히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씨젠 천경준(마티아·78) 회장은 11월 11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대표이사 윤병길 요한 세례자 신부)에 아내 안정숙(카타리나·75) 씨의 보유 주식 30만 주를 기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협약식에 아내를 대신해 참석한 천 회장은 “무의탁 영유아와 독거노인을 위한 사업에 기금이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안 씨의 뜻을 전했다.

이번 기부는 안 씨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씨젠 계열 재단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안 씨는 “나눔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소중한 기회이며, 그분의 손길을 거절할 수 없고 언제든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남편을 설득했다. 기부한 주식의 가치는 11월 14일 기준 약 78억4500만 원에 달한다.

부부의 기부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가톨릭계 학교인 효성여중(현 효성중) 재학 중 입교한 안 씨는 신앙 안에서 다양한 기부를 이어왔다.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는 손길을 보태왔다. 아내의 자선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천 회장도 40년 전 결혼 10주년을 맞아 입교한 뒤,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지금까지 20억 원이 넘는 장학금을 기부해 왔다.

이러한 나눔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진심 어린 공감에서 나온 실천이었다. 천 회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의 사업 실패로 아버지의 유산을 잃고 가난한 유·청소년기를 보냈다. 천 회장은 “내가 똑같은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자기 탓이 아닌 고통 속에 남겨진 이들에게 다가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고통받는 인류와 함께하셨던 주님을 따라, 내가 행할 수 있는 위로와 응원의 손길을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식 기부 이후에도 부부의 나눔은 이어진다. 일찍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유산 기부 공증을 마친 천 회장은 “우리가 진정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살아가는지,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완성할 수 있는지 일깨워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삶의 중심에 두고 묵묵히 따를 뿐”이라고 전했다.

“가톨릭 신앙은 인간에게 혼자 잘 먹고 잘살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지켜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성 있는 삶의 지평을 제시하죠. 그래서 우리의 기부가 더 많은 기업인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해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사랑 덕에 우리는 이기심에 눈이 멀어 고립되지 않고, 누군가의 희망으로 다시 태어나 참된 자유를 얻는다는 것을요.”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