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실을 향한 책임이야말로 참된 추모

박영호
입력일 2025-12-30 09:47:29 수정일 2025-12-30 09:47:29 발행일 2026-01-04 제 347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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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시작된 그날의 비행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났고, 수많은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어처구니없는 사고 앞에서 남겨진 이들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서 있다.

예수님처럼,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는 이 비극 앞에서 그들의 아픔에 동참한다.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며, 유가족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평화가 함께하기를 간절히 청한다.

유가족의 슬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추모는 애도에만 머물 수 없다. 기억은 반드시 성찰과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는 무안공항에서 봉헌된 참사 1주기 추모미사에서 “기억하지 않고,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런 참사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참사는 안전을 비용과 효율의 문제로 다뤄 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무책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옥 대주교가 지적했듯, 유가족들이 1년이 지나도록 공항 로비를 떠나지 못한 현실은 이 사회가 아직 참사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회는 유가족의 요청처럼 정부가 진상 규명을 끝까지 완수하고, 책임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는 일을 외면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이는 공동선을 향한 도덕적 요청이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의다. 진실 없는 추모는 공허하고, 책임 없는 애도는 또 다른 방치를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