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속 움튼 희망에 머무르다’ 전시 개최…1월 17~23일 제주학생문화원
“깊은 밤, 집 안은 군인들의 급한 발소리로 흔들렸다. 나는 어머니와 아기와 함께 이 방에서 죽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제주의 근현대사를 한 농부의 그림과 기록으로 되짚는 전시가 1월 17일부터 23일까지 제주시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다.
사회복지법인 청수가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후원하는 전시 ‘상처 속 움튼 희망에 머무르다’는 제주 중산간 마을 청수리에서 평생을 농부로 산 고(故) 임경재 선생의 그림과 기록을 통해 제주의 아픈 역사와 그 속에서 피어난 치유와 희망을 조명한다. 그가 남긴 50여 점의 기록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4·3을 지나 한국전쟁 등 상처의 시간을 통과해 온 개인과 마을 공동체의 경험이 생생히 담겨 있다.
특히 기록들 속에는 1954년 제주에 부임해 주민들의 생계와 복지, 교육 등 기반을 세우고, 가톨릭 신앙을 제주에 뿌리내린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임피제(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와의 만남도 포함됐다. 기록에 따르면 임경재 선생과 주민들에게 신앙은 단순한 관념이 아닌 삶을 버텨 내고, 공동체를 지키는 힘이었다. 이번 전시는 성 이시돌 목장의 출발 역시 이웃과 노동, 신앙이 맞닿아 있던 소박한 공동체의 실천 속에서 시작됐음을 함께 보여 준다.
전시를 기획한 청수 권현선(미카엘라) 간사는 “제주의 과거와 현재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을 견딘 세대들의 삶 위에 놓여 있다”며 “상처 속에서도 끝내 움트던 희망의 순간들이 관람객들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황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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