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유라시아 국가 출신 A 양은 10년 전 한국에 들어와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취업한 그녀는 한국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서 외국인 학생 신분으로 공부하려고 하니 학교에서 친구를 사귈 수 없었고, 거기에 코로나19 시기까지 겹쳐 더더욱 친구를 사귈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영어, 러시아어는 물론이고 한국말도 아주 유창하게 하지만 한국에 지인이 없으니 한국에서의 삶은 외롭기만 했습니다.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현재의 체류 비자 조건을 잘 이행하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정 수입도 증명해야 하고, 세금도 제때 잘 내야 합니다. 본국보다 더 풍요롭고 편리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하루하루의 삶은 한국의 여느 청년들처럼 늘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하고 두렵기만 합니다.
나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 나의 곁에서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도움을 줄 사람 하나 없이 한국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기 위해 혼자 필사적으로 몸부림쳐야 하는 삶은, 그녀로 하여금 ‘과연 나는 무엇 때문에 한국에 와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자꾸만 던지게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문제가 생겨 최근에 직장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왔지만, 따로 믿는 신앙이 없는 그녀는, 지치고 답답한 마음에 이곳저곳을 찾다가 결국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까지 찾아왔습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이 무엇인지, 교회가 어떤 곳인지도 몰랐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누군가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펑펑 우는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난민은 아니지만,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머무는 많은 청년이 있습니다. 여느 청년처럼 그들도 경쟁 안에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불안함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들에게는 늘 지금(오늘)이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대부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겠지만, 그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낼 친구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야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인간관계 안에서 서로 간의 경계를 만드는 많은 장애 요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별, 국적, 세대(나이) 등…. 그리고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경계 안에서 많은 이가 외로움을 경험합니다.
큰 도움은 되어주지 못했지만, 얼마 전 그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저도 제 삶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누군가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마음속으로는 인간관계의 경계와 장벽을 허물고, 서로와 소통하고 도움이 되길 원합니다.

글 _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