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예술로 빚은 신앙]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기쁨

민경화
입력일 2026-01-06 17:23:50 수정일 2026-01-06 17:23:50 발행일 2026-01-11 제 347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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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빚어 작품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던 시기, 나무를 재료로 작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나무를 조각하는 일이 복을 깎아내는 거라며 말리셨지만, 작가가 되고 나서도 나무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러 성당을 다니다 보면 비슷한 성물과 성화들을 보게 되는데, 더 좋은 묵상으로 이끌 수 있는 작품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소재로 작업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무로 모형을 다듬고 건조와 옻칠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성작을 보면서 흙 작업을 할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을 얻게 됐다. 생각했던 것들을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나무를 작업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이유 중 하나였다.

금속과 나무, 두 가지 다른 재료로 다양한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로서의 뿌듯함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만족감이 커졌다. 작품의 완성은 또 다른 영감을 찾는 원동력이 됐고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작업실을 떠나지 못했다.

작업에 속도가 붙었던 시기, 작은 소품 작업에서 더 나아가 하느님 말씀을 성전 전체에 표현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때마침 분당야탑동성당 성전에 성미술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십자가가 걸린 벽면을 작업하는 일이었는데, 거대한 빛이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예수님이 세상 사람들을 향해 나에게 오라고 말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렇게 십자가가 걸린 벽을 황금빛 빛을 닮은 도자 벽화로 채웠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이 예수님의 큰 은총을 마주하며 기쁨을 얻고 가길 바랐다.

그동안 믿음이 약해 주님이 계신지 확신이 없었는데, ‘벽화를 보면서 정말 하느님께서 계심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작업하는 이외의 시간에는 가까운 이웃들을 작업장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일과이기도 했다. 미술 작업도 신앙생활의 일부였지만, 그 외에 소공동체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특히 레지오 마리애와 메리지앤카운터(ME) 활동은 신앙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2000년 대희년에는 수원ME 12대 대표부부로, 2015년부터 3년 동안은 한국ME 대표부부로 활동했다. 전국의 ME가족들과 함께 성가정의 중요성을 생각한 시간이었다.

대내외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도예 작업을 하고 있다. 주어진 일상에서 자주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를 봉헌하는 것은 새로운 작업을 스케치하는 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많은 일을 해낸 후 조금의 여유가 찾아왔을 때 수원가톨릭미술가회 7대 회장이라는 소명이 주어져 지금 이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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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최계진 마리아(수원가톨릭미술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