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국 성지들, 외국인 순례자 맞이 준비에 속도 낸다

이승훈
입력일 2026-01-07 08:28:26 수정일 2026-01-09 15:18:19 발행일 2026-01-11 제 347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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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2025년 9월 서울 성지 방문 외국인 순례자 3만5200여 명…사전접수 순례자는 전년 보다 36%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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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찾은 외국인 순례자들이 명동대성당에 비치된 영문 안내문을 살피고 있다. 이승훈 기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순례자가 증가하면서, 한국교회 성지들도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다국어 안내뿐 아니라 한국교회 순교영성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 성지를 찾는 외국인 순례자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한 해 동안 서울대교구 내 성지에 방문한 외국인 순례자의 수는 3만5200여 명에 달한다. 전년도 외국인 순례자 3만3800여 명보다 4% 가량 증가했다. 그중 사전접수를 통해 순례한 외국인 순례자는 5156명으로, 전년도 3791명보다 36% 늘었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교구의 성지들도 외국인 순례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아시아 지역 신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성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더불어 서울 WYD 개최에 따른 관심이 성지순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교구 해미순교자국제성지 전담 한광석(마리아 요셉) 신부는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성지를 찾는 순례자가 많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에 발맞춰 외국 여행사들이 한국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순례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주교회의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는 2025년 11월 열린 전국 성지 담당자 모임을 통해 외국인 순례자를 환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개별 성지 차원의 준비에 들어갔다.

성지순례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영어뿐 아니라 세계 각국 언어로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성지가 품은 의미와 순교자들의 삶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순례자 개개인의 언어에 맞춘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성지가 영문 안내 자료를 구비하고 있지만, 순례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시아권 신자들에게는 영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미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안내자료를 갖춘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언어 장벽을 더 낮추기 위해 오는 3월경까지 동남아와 유럽의 주요 언어를 포함해 9개 국어 소개 홍보물과 다국어 지원 홈페이지를 제작할 계획이다. 해미순교자국제성지도 성지 관련 다양한 정보뿐 아니라 ‘디지털역사체험관’의 영상 콘텐츠까지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물론 언어 장벽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성지에 담긴 한국의 순교영성을 다양한 나라의 순례자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교회만의 것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신앙적인 가치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야고보) 신부는 “외국인 순례자 환대의 첫 번째는 그들의 언어로 순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기술의 발달 덕분에 관심만 가지면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순교자들이 보여준 사랑, 평등, 희생, 인권과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 총무 이찬우(타대오) 신부도 “한국 순교자들은 유럽 순교자들에 비해 시대적으로 가깝다 보니, 순교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에 감동하는 외국인 순례자가 많다”면서 “이들에게 우리 순교자들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