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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아닌 신자?…평신도 의미 조명” 「평신도 혹은 그리스도인」

이주연
입력일 2026-01-14 08:30:36 수정일 2026-01-14 08:30:36 발행일 2026-01-18 제 347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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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역사 총체적으로 조망…성직자·평신도 모두 ‘그리스도인’으로서 각자 자리에서 사명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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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카노비오 신부 지음/윤정현 신부 번역·해제/460쪽/4만원/분도출판사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60년, 평신도는 여전히 ‘성직자가 아닌 그 외의 신자들’로 정의되고 있다. 공의회는 평신도를 ‘하느님 백성’으로 명시하며 그 품위를 강조했지만, 교회의 가르침과 실천 사이에는 여전히 괴리감이 존재한다. 「평신도 혹은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현실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평신도 신학은 정말 완성되었는가?

책은 신약성경 시대부터 현대까지 평신도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교부 시대와 중세를 거치며 교계와 평신도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굳어졌다. 중세에 평신도는 왕과 귀족으로 대표되는 권력자 평신도와 그 외의 백성으로 분할되었고, 대다수 신자는 교계 아래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로 남았다.

전환점은 종교개혁과 함께 찾아왔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평신도는 교회의 교황 중심주의에 반발했고, 믿는 이들의 공통된 품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근대에 들어 평신도는 사회와 교회에 동시에 속하며 자신의 직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교계는 평신도에게 사도직에 협력할 것을 요청하며 평신도의 사명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평신도의 정체성과 자율성에 관한 논의는 부족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러한 성찰들을 종합해 평신도 신학을 재정립했다. 공의회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신분 분할 대신 ‘하느님 백성’이라는 공통 정의를 강조했다. 평신도의 세속적 성격이 인정되었고, 그리스도의 사명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것이 의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영향은 새 「교회 법전」과 1987년 시노드, 교황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교회의 역사를 따라가며 평신도를 이해하는 일이 곧 교회를 이해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그 흐름에 들어가다 보면 평신도의 자각 과정은 곧 교회론의 전개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평신도라는 주제는 교회론 총론, 교회와 사회의 관계, 사제 직무의 개념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생활이라는 주제로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책은 결국 “평신도는 그리스도인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성직자와 평신도를 나누는 여러 논의, 평신도의 현세성이나 교계 구조를 둘러싼 구분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형성된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며, 중심에는 언제나 공통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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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는 일상의 자리에서 교회 사명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으로, 교회의 여정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맡는다. 사진은 2023년 6월 주교회의 소공동체 전국모임 폐막미사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저자에 따르면 평신도는 성품성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일상의 자리에서 교회의 사명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다. 교회의 사명은 입문성사에서 시작되며, 각각이 지닌 은사와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교계 구조에 참여하는 여부가 평신도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으며, 조직적 구조는 복음을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역할을 할 뿐이다.

특히 저자는 ‘종말’의 관점에서 평신도의 사명을 설명한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조건은 곧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함’을 의미하며, 이는 교회의 신분 구조에 제한되지 않는다. 개인이 받은 은사나 직무를 통해 특화된 사명은 교회 밖에서도 드러나며, 평신도는 세상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의 여정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맡는다. 바로 여기에서 평신도에 대한 성찰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을 설명하기 위한 역사적·조직적 자료’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책은 평신도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제공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