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오늘도 묻는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깃발은 바람 따라 흔들리고
권력은 계절처럼 바뀌며
어제의 정의가 오늘의 논쟁이 되고
오늘의 영광이 내일의 폐허가 된다
그러나 십자가는 묻는다
어느 편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할 것이냐고
어디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살아가느냐고
나는 예수당원이다
좌익도 우익도 아니다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
하느님보다 앞서는 이념이 없고
사랑보다 높은 사상이 없으며
복음보다 위대한 법전이 없음을 믿는 사람이다
세상은 높은 곳으로 오르라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셨고
세상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말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약한 이의 손을 잡으셨으며
세상은 더 많이 가지라 말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가진 것을 나누라 하셨다
신앙은 세상을 떠나는 길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기도는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며
사랑은 아름다운 말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 주는 결단이다
굶주린 이 앞에서 빵이 되고
외로운 이 앞에서 벗이 되며
눈물 흘리는 이 곁에서 함께 우는 것
그것이 복음이고 신앙이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굶주린 이를 위해 빵을 떼는 손
상처 입은 이를 품어 주는 가슴
진실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양심
그리고 끝까지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믿음
그것이 세상을 살리는 힘이다
십자가 아래 서면
원수도 형제가 되고
증오는 눈물로 녹아내린다
그곳에는 이념도 권력의 이름도 없다
오직 하나 하느님께서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진실만이 있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세상은 강한 자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가 바꾼다는 것을
역사는 권력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양심이 만든다는 것을
인생은 많이 가진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많이 사랑한 사람의 승리라는 것을
마침내 모든 깃발이 내려오고
모든 권력이 침묵하며
모든 이름이 바람 속으로 사라지는 날
영원 앞에 남을 한 이름
그 이름은 사랑
그 사랑이 법이 되고
그 사랑이 정치가 되고
그 사랑이 삶이 되는 나라
오늘도 두 손들이 모여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고백한다
나는 세상의 당원이기 전에
하느님의 사람이며
모든 이념의 시민이기 전에
그리스도의 제자이다
그러므로 끝내
나는 예수당원이다
글 _ 허두환 경일 시메온(대구대교구 달성 가창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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