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사랑, 삶의 진심 돌아보는 시간
올해는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 1931~2011)가 선종한 지 15년이 되는 해다. 한국문학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그의 삶과 문학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비추는 책 두 권이 나왔다. 한 권은 옷과 일상의 풍경에서 ‘어머니 박완서’를 기억하고, 다른 한 권은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가족의 의미를 짚는다.
「엄마 박완서의 옷장」은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비아) 작가가 옷을 매개로 어머니의 생활과 사랑을 돌아보는 에세이다.
책 속 박완서는 남편의 와이셔츠를 잘라 대학생 딸의 블라우스를 만들고, 낡은 스웨터는 실을 풀어 헤진 부분을 덜어낸 뒤 다시 떠 새 옷으로 만들던 어머니였다. 임신한 딸에게 편안하면서도 예쁜 원피스를 입히고 싶어 손수 천을 고르고 옷을 지어 주기도 했다.
책은 널리 알려진 소설가의 모습보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 속에 가족에게 직접 옷을 만들고, 고쳐 입히며 일상을 꾸려 나간 한 어머니의 모습을 담는다. 저자는 어머니가 만들어 준 옷들이 지금까지의 삶을 지탱하는 행복의 원천임을 밝힌다.
저자는 어머니의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고 감촉을 떠올리며 어머니와 보낸 시간, 그리고 그 사랑이 자신의 삶에 남긴 흔적을 되짚는다. 이 과정은 가족의 일상과 그 안의 정서를 섬세하게 통찰한 박완서 문학의 한 뿌리를 비춘다.
여성학자이자 박완서 연구자인 양혜원 교수는 「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를 통해 박완서 문학의 중심 무대였던 가족을 새롭게 읽는다. 그의 작품 속 가족은 무조건적인 안식처로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욕망과 상처, 헌신과 책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였다.
책은 「환각의 나비」, 「너무도 쓸쓸한 당신」, 「그 남자네 집」 등 박완서의 작품을 다루며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과 연애, 결혼과 이혼, 가족의 죽음 등을 살핀다. 이를 통해 박완서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세계인 가족 안에서 인간관계의 민낯을 어떻게 드러냈는지를 조명한다.
또한 저자는 박완서 문학의 특징을 삶의 본질을 파고드는 ‘가면 벗기기’에서 찾는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슬픔과 외로움, 욕망 등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지점을 보여 주며, 박완서의 문학이 오늘의 독자에게도 다가오는 이유를 설명한다.
두 권의 책은 선종 15주기를 맞은 현재 가족의 사랑, 그리고 삶의 진실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가 박완서를 다시 만나게 한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