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전쟁은 하느님께 축복받을 수 없다”

이승환
입력일 2026-06-28 14:49:38 수정일 2026-06-28 14: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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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특별 추기경회의서 평화 사명 강조…‘정당한 전쟁론’ 재검토하고 AI·양극화·시노달리타스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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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6월 26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 추기경회의 개막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전 세계 추기경들과 함께 전쟁과 양극화,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 존엄, 시노달리타스 실행을 논의하며 교회의 평화 사명을 거듭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6월 26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특별 추기경회의를 열고 세계 곳곳에서 모인 추기경들과 교회와 세계의 현안을 논의했다. 특별추기경회의는 올해 1월에 이어 교황 즉위 후 두번째로 열렸다.

회의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주제는 전쟁과 평화였다. 교황은 6월 26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개막미사 강론에서 “전쟁은 결코 인간에게 합당하지 않으며, 하느님께 결코 축복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첨단 무기가 동원되는 시대에도 인간은 짐승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갈등을 해결하도록 지성과 자유의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는 선택 가능한 이상이 아니라 “정의의 의무”라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가톨릭 전통 안에서 오랫동안 논의돼 온 ‘정당한 전쟁론’의 언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교황청 공보실에 따르면, 여러 토론 그룹은 복음이 무력으로 강요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당한 전쟁’의 논리를 넘어 ‘비례적 자기방어권’을 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현대전의 성격 변화와 맞닿아 있다. AI와 첨단 무기, 선제공격 논리, 민간인 대량 희생이 결합한 오늘날의 전쟁 현실에서는 전통적 정당한 전쟁 기준만으로 전쟁을 억제하거나 식별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회의에서 회칙 「고귀한 인류」에 나타난 전쟁과 정당방위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정당방위 개념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되면 부당한 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당방위가 선제공격이나 과도한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심화되는 사회적 양극화와 제도 불신, 허위 정보, 종교적 폭력, 외로움과 관계 단절 문제도 논의됐다. 추기경들은 이러한 사회적 균열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젊은이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젊은이들이 겪는 절망과 자살, 약물 문제를 언급하며 교회가 이들의 고통을 듣고 함께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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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교황청 바오로 6세홀에서 열린 특별 추기경회의 개막 실무회의 모습. CNS

AI도 주요 의제였다. 추기경들은 AI가 인간을 숫자와 통계로 환원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기술 발전이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해치지 않도록 교회가 식별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 존엄을 지키는 출발점이라는 점도 논의됐다.

교황은 추기경들에게 교회가 세계의 상처를 바라보되 단순한 비판에 머물지 말고, 복음에 뿌리내린 치유와 공동선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교회의 내적 생활을 성찰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논의의 핵심은 “오늘날 우리 교회들이 어떻게 더 충실하고 자유롭고 신뢰성 있게 복음을 선포하도록 도울 수 있는가”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는 경청과 공동 식별을 중시하는 레오 교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교황은 추기경들에게 “교황직은 고립된 상태로 살아갈 수 없다”며 경험과 사목적 지혜, 지역 교회에 대한 지식을 나눠 달라고 요청했다. 또 “나는 여러분의 자유, 솔직함, 충실함이 필요하다”며 친교 안에서 제시되는 정직한 이견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회의는 원탁 토론과 전체 회의, 자유 발언을 결합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기경들은 서로 다른 지역교회의 현실을 나누며 세계적 차원의 위기와 교회의 응답을 함께 식별했다. 이는 교황이 추기경단을 보다 자주 소집해 보편교회의 사명을 함께 논의하려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교황은 폐막 연설에서 시노달리타스가 단순한 회의나 업무 방식이 아니라 “영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가 만남에서 생겨나고, 경청을 통해 자라며, 식별을 통해 성숙한다고 설명했다. 또 추기경들에게 시노드 실행 과정을 각 지역 교회 안에서 충실히 동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앞으로도 추기경회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모임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함께 주님의 뜻을 듣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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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6월 26일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특별 추기경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OS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