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졸속 낙태약 도입 중단하고 모자 보호 대책부터”

이승훈
입력일 2026-07-15 17:50:44 수정일 2026-07-21 13: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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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 국회 기자회견서 여성 건강·태아 생명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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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박은호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낙태약 ‘미프진’의 국내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낙태약 도입은 행정 편의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태아의 생명과 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함께 보호할 법과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7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프진이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아 일부 여성들이 해외에서 구매해 복용하다 사고를 겪고 있다며 절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또 낙태 허용 주수 등을 법률로 정하는 논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의사의 양심과 전문적 재량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교회와 시민사회는 낙태약 불법 유통을 허용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7월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용근 의원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통령의 발언이 낙태를 둘러싼 논의를 행정 효율의 문제로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박 신부는 “(대통령의 발언에서) 태아에 대한 염려를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낙태를 둘러싼 논의는 “우리 사회가 힘없고 약한 생명을 배제하는 비인간적 사회가 될 것인지, 모든 인간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살만한 사회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낙태약의 불법 유통이 여성을 위험하게 한다면 이를 철저히 단속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고 키울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대책에 투입한 예산의 10%만이라도 낙태 예방에 사용했다면 오늘날 이런 논쟁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도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 낙태약 처방을 의사 재량에 맡겨 허용하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했다. 국회전자청원에도 19일 ‘검증 없는 낙태약물 도입 전면 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됐다.

의료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험 전문의약품인 낙태약의 조기 허용은 국민을 위험한 생체 실험장으로 내모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또 “법률적 테두리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약물을 처방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와 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비겁한 행태”라며 “눈앞의 편의를 위해 비의학적인 편법 정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종교계의 공동 대응도 이어진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는 7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천주교·개신교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기자회견에는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문창우(비오) 주교와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홍사진 목사(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가 참석해 낙태약 허용보다 태아의 생명과 임신한 여성을 보호하는 정책 마련에 우선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