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환경회의 “홍천 양수댐 건설 즉각 백지화하라”

천주교창조보전연대를 비롯한 종교환경회의는 8월 3일 ‘김성환 장관은 스스로 인정한 잘못 꿰어진 첫 단추, 홍천 양수댐 건설을 즉각 백지화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 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홍천 양수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일대에 추진하는 600㎿ 규모의 발전 시설이다. 상·하부댐과 지하발전소 등을 건설해 2032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천군은 2019년 양수발전소 유치를 신청했고, 같은 해 풍천리 일대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대규모 산림 훼손과 주민 이주, 생계 기반 상실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왔다. 특히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된 잣나무 군락 훼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종교환경회의는 성명에서 “극한 폭염으로 지구의 존속과 인류의 생존마저 염려해야 할 국가적 기후 비상사태”라며 “대규모 산림을 베어내고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주민들을 추방하는 것은 야만적 국가 폭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연은 자본과 행정의 편의에 따라 착취할 이용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할 동반자라며, 홍천 양수댐 건설은 명분과 경제적 실익이 없는 졸속 행정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앞서 종교환경회의 대표자들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사업 백지화와 풍천리 현장 방문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7월 4일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장관은 절차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한 달간 공사를 중단하고, 최종 결정 전 주민 대표들과 다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 대표들과의 간담회는 8월 5일 열릴 예정이다. 종교환경회의는 이번 간담회를 “장관의 진정성을 증명할 마지막 시험대”라고 규정하고, 절차 검토 내용과 주민 의견 수렴 결과, 향후 조치와 최종 입장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주민들이 살아온 터전은 그 자체로 지켜져야 할 성소”라며 “김 장관은 스스로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라고 규정한 말에 책임을 지고 홍천 양수댐 건설을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입력일 2026-08-04

[가톨릭 쉼터]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의 소록도 봉사 현장을 가다

한센인 강제 격리와 차별의 역사를 간직한 소록도.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는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고흥군 소록도 일대에서 ‘제37차 소록도 나눔활동’을 열고 한센인들의 삶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1980년 창립한 성 다미안회는, 벨기에의 성 다미안 신부가 하와이 제도 몰로카이섬에서 실천한 사랑을 본받아 한센병 환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소록도의 아픔을 함께하며 편견과 낙인을 지워가는 이들의 나눔 현장에 함께했다. 아픔의 섬에 건넨 손길 고흥반도 끝자락 녹동항에서 1㎞가 채 안 되는 곳에 자리한 소록도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 절경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한센인들이 겪은 차별과 핍박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1916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한센병 환자 격리를 위해 자혜의원을 설치한 뒤 강제수용과 노역, 이동 제한 등 인권침해가 이어졌다. 7월 24일 소록도의 최고기온은 섭씨 35도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마을 곳곳에는 웃으며 일하는 성 다미안회 봉사자들이 가득했다. 봉사자들은 간병, 이미용, 성당과 수녀원 정비, 도배·장판 교체와 방충망 정비, 예초 작업 등으로 나뉘어 국립소록도병원 환자와 주민들을 도왔다. 성 다미안회는 1984년 소록도 나눔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태풍으로 입도하지 못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활동을 이어왔다. 누적 봉사자는 4800여 명. 올해도 150여 명이 참가했다. 동생리 최성운(요한 세례자) 이장은 “냉장고, 실외기, 에어컨 필터처럼 나이 든 주민들이 직접 청소하기 어려운 것들도 해줘서 다들 고마워하고, 덕분에 살기 좋다고 많이들 말한다”고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은 이미용이다. 머리 손질뿐 아니라 파마와 염색까지 해줘 활동 장소는 늘 주민들로 북적인다. 차례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봉사자들과 안부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봉사자들은 병원 밖으로 나오기 힘든 입원 환자들을 위해 병실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40년 넘게 활동에 참가해 온 여혜숙(에스텔) 씨는 “한센인들과 함께하는 일이 늘 보람차고,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립소록도병원 주민자치회는 성 다미안회의 활동에 감사를 전하고자 2021년 옛 소록도 공회당에 기념비를 세웠다. 성 다미안회의 활동에는 늘 기도가 함께한다. 봉사자들은 매일 아침 미사를 봉헌하고 삼종기도도 빼놓지 않는다. 단순한 봉사를 넘어 피정에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소록도를 찾는다. 성 다미안회 강승표(마르코) 회장은 “활동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 의지를 실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활동의 중심은 신자들이지만 제주도 내 비신자들도 봉사자로 참여한다. 함께 땀 흘리고 미사에 참여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신앙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마친 뒤 세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봉사가 이웃을 돕는 일을 넘어 봉사자 자신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낙인을 지우기 위해 소록도에는 현재 3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고, 주거 환경과 경제적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 2007년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생활 속 불편과 사회적 차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주민 대다수는 고령층,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빈곤이 일상화돼 있다. 수입도 자활근로 사업으로 벌 수 있는 평균 45만 원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낙인이다. 유전병이 아닌 제3종 법정 전염병인 한센병은 약으로 치료 가능하며, 전염력도 약하다. 그럼에도 과거 ‘하늘이 내린 벌’이라 불린 인식이 남아있고, 차별이란 병은 한센인 2세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사례와 같이 한센인 2세를 대상으로 한 피해 보상도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일본은 2019년 「한센병 전 환자 가족에 대한 보상금 지급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가족관계에 따라 1인당 130만~180만 엔(한화 약 1390만~1930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국립소록도병원 원생자치회 강호열(아우구스티노) 사무장은 “우리 2세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왕따당하고, 이유 없이 맞으며 온갖 차별과 혐오에 시달렸다”며 “여건이 되는 대로 청와대에 방문해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다미안회의 활동은 이러한 편견을 덜어내는 데에도 힘을 보탠다. 생활의 불편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센인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치유’인 셈이다. 제주교구 사회사목국장 이건용(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예수님께서는 성경에서 한센인들의 병을 치유하실 뿐만 아니라, 다시 공동체의 생활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셨다”(마르 1,40-45 참조)며 “봉사자들이 활동을 계기로 한센인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토대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활동에 참가한 다미안회 봉사자들도 인식 개선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보(안토니오·제주교구 광양본당) 씨는 “사회적 노력으로 소아마비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진 것처럼, 한센병에 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홍보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김석우(미카엘·제주교구 새서귀포본당) 씨는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따뜻한 손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1면

[인터뷰] ‘에코홀더’ 전도사 조성현 씨…“나만의 컵홀더로 환경 지켜요”

“이제는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친환경 실천을 ‘플렉스(Flex)’할 때입니다. 내가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당하게 보여줄수록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한성대학교 창의융합대학 교수로 12년간 후학을 양성하다 올해 초 정년 퇴임한 조성현(대건 안드레아·서울대교구 대흥동본당) 씨는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다회용 컵홀더 ‘에코홀더’를 직접 제작해 지인들에게 나누고 있다. 조 씨가 일회용 컵홀더에 주목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집에서 음료를 마신 뒤 버리지 않고 모아 둔 컵홀더가 불과 며칠 만에 수북이 쌓이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조 씨는 “컵홀더 하나는 사소해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음료를 마실 때마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상당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환경 보호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작은 물건 하나를 다시 사용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회용품의 사용이 폐기물을 늘리고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이를 줄이는 실천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불편함’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 불편을 덜기 위해 작고 가벼워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다회용 컵홀더를 구상했다. 에코홀더 구상에는 오랫동안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광고대행사에서 공공 캠페인과 인식 개선 광고를 주로 제작해 온 조 씨는 TV와 신문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방식이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에코홀더는 평소에는 열쇠고리(키링)처럼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음료를 구입할 때 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다. 귀여운 장식품으로 가방을 꾸미는 최근 문화를 활용하되,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실용성과 환경적 의미를 함께 담았다. 조 씨는 에코홀더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강조하는 생태적 책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앙적 가르침이 선언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코홀더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모습 자체가 환경을 생각한다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고, 이를 본 다른 사람의 관심과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에코홀더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홍보의 의미도 더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 승인을 받아 공식 로고를 새긴 에코홀더를 제작한 것이다. 에코홀더를 가방에 달고 다니거나 사용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WYD를 알리는 ‘움직이는 홍보물’이 된 셈이다. 조 씨는 “에코홀더를 사용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직접 WYD를 알리는 홍보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며 “WYD가 끝난 뒤에도 해외 청년들이 고향에서 에코홀더를 계속 사용한다면 서울 WYD의 기억과 생태적 메시지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7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전주교구 여산순교성지

전북 익산시 여산면은 인구 30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곳곳에는 1868년 무진박해 당시 신자들이 겪은 박해와 순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당시 인근 지역 곳곳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신자들은 여산으로 끌려와 가혹한 형벌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순교자만 김명언(안드레아), 김흥칠(마티아), 오윤집(타대오) 등 23명, 무명 순교자도 적지 않다. 이들의 순교터를 따라 조성된 전주교구 여산순교성지 ‘진복팔단길’은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하늘나라의 참행복을 소망한 순교자들의 영성을 묵상하는 길이다. 여산성당에서 출발해 감옥터와 백지사터, 숲정이성지 등 일곱 순교터를 잇는 길에서 순교자들이 고통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참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참행복’ 증언한 형장 ‘숲정이’ 여산성당에서 북서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여산천 변에 자리한 전라북도 기념물 제125호 ‘여산숲정이성지’에 닿는다. 성지 입구 중앙에는 피에타상이 세워져 있고, 제대 뒤편 돌벽에는 십자가의 길 14처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대 왼쪽에는 십자 순교 기념비, 오른쪽에는 예수성심상이 자리한다. ‘숲정이’는 ‘마을 가까이에 있는 숲’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지금은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조선시대 이곳은 신자들을 처형하던 형장이었다. 당시 여산은 도호부 관아와 군영이 자리한 행정·군사 중심지로, 고산과 금산, 진산, 용담 등 인근 지역에서 붙잡힌 신자들이 모두 이곳으로 끌려왔다. 숲정이에서는 참수형이 집행되거나, 다른 곳에서 처형된 신자들의 시신이 버려지기도 했다. 고산 넓은 바위골에서 신앙 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김성첨(토마스)을 비롯한 신자 17명도 무진박해 때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성첨의 집안에서는 3대에 걸쳐 모두 6명이 순교했다. 김성첨은 감옥에서 고통받는 신자들에게 “천당진복을 누리려는 사람이 이만한 고통을 참아 받지 못하겠습니까? 감심(感心)으로 참아 받읍시다”라고 말하며 용기를 북돋웠다고 전해진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신앙을 지킨 이들의 모습은 숲정이가 단순한 처형터가 아니라, 하늘나라의 참행복을 함께 증언한 자리였음을 보여 준다. 참혹했던 순교의 자리…백지사터와 옛 관아 성당 바로 옆 좁은 골목을 따라 걸으면 ‘백지사터’에 닿는다. 백지사(白紙死)는 얼굴에 물을 뿌린 뒤 한지를 여러 겹 붙여 질식시키는 형벌로, ‘도모지사(塗貌紙死)’라고도 불렸다. 이곳에는 십자가상과 십자가의 길 14처, 당시 신자가 백지사로 순교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이 자리하고 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순교자들의 고통이 무겁게 다가온다. 인근에는 조선시대 여산도호부사가 업무를 보던 여산동헌이 있다. 동헌 마당에는 흥선대원군 집권기에 세워진 척화비가 남아 있어 당시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백지사터 아래는 도호부사가 풍류를 즐기고 병사들이 활쏘기를 연습했다는 ‘기금터’다. 남자 신자들에게 활을 쏘고, 여자 신자들은 연못에 밀어 넣어 죽였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평범한 마을 길을 따라 순교터를 하나씩 마주하다 보면 여산의 박해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마을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역사임을 실감하게 된다. 여산 장터와 배다리, 뒷말에도 순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장터에서는 참수한 신자의 머리를 나무에 매달았고, 배다리에서는 신자들의 손발을 묶고 물에 빠트려 수장시켰다. 여산천 건너편 군인아파트 일대는 뒷말 순교터로 알려져 있다. 박해 당시 이곳까지 장터가 이어져 있었으며, 나뭇가지에 신자들의 목을 걸어 숨지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순교터 굽어보는 ‘하늘의 문 성당’ 여산성당은 여산면 일대 일곱 순교터를 굽어보는 언덕 위에 자리한다. 순교자들이 하늘나라로 향한 길을 상징한다는 뜻에서 ‘하늘의 문 성당’이라고 불린다.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 옆 잔디밭에는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작가가 청동으로 제작한 십자가의 길 14처가 조성돼 있다. 여산 순교자들이 겪은 갖가지 형벌과 순교의 고통을 표현한 작품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본당 주보인 ‘순교자의 모후’ 성모상이 순례자를 맞는다. 두 손이 묶인 듯한 모습은 고통받는 순교자들과 함께하는 성모 마리아를 표현한다. 순교자들의 길에 끝까지 동행하며 위로를 건네는 성모님의 사랑을 떠올려 본다. 순교로 증언한 믿음 ‘성소의 못자리’로 이어져 여산 순교자들은 옥중에서도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모진 고문과 굶주림을 견뎠다. 김성첨의 권면에 힘을 얻은 신자들은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를 소리 높여 바쳤고, 그 기도 소리가 감옥 밖까지 들렸다고 한다. 이들이 순교로 증언한 믿음은 박해가 끝난 뒤에도 이 일대 신앙공동체의 삶 속에 뿌리내렸다. 성지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성치골 교우촌과 공소는 박해가 한창이던 19세기 중반부터 신자들이 모여 살며 신앙을 지켜 온 마을이다. 전주교구 제3대 교구장 고(故) 김현배(바르톨로메오) 주교와 제7대 교구장 이병호(빈첸시오) 주교, 제8대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를 비롯해 많은 사제와 수도자를 배출해 ‘성소의 못자리’로 불린다. 여산본당 주임 이정현(루카) 신부는 “많은 순례자가 여산을 찾아 순교자들의 신앙을 되새기길 바란다”며 “순교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할 수 있도록 관심과 기도,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순교자들이 서로를 붙들며 지켜 낸 믿음은 성치골 교우촌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산의 순교터를 걷는 길은 그 믿음이 남긴 흔적과 열매를 되새기는 순례다. ◆ 순례 길잡이(여산성당) - 주소: 전북 익산시 여산면 영전길 14 - 미사: 주일 오전 10시30분 월·수~토 오전 11시 화 오후 7시30분 - 문의: 063-838-8761 성당 사무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3면

“말보다 실천하는 삶으로…세대 잇는 신앙 못자리”

7월 26일은 ‘조부모와 노인의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하며, “조부모가 세대를 잇고 삶과 신앙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권고 「사랑의 기쁨」(192항)에서는 많은 이가 조부모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의 첫걸음을 배운다며, 손자녀에게 믿음과 삶의 가치를 전하는 조부모의 역할에 주목했다. 개인주의가 짙어지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오늘날, 조부모와 부모가 일상에서 기도하고 믿음을 살아가는 모습은 자녀 세대의 신앙을 형성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조기식(소화 데레사·69·서울대교구 공덕동본당)·이승진(스테파노·74) 씨 부부, 딸 이연지(실비아·44·의정부교구 지축동 요한본당) 씨와 사위 황준협(요한 세례자·44) 씨 부부, 손자 황시원(프란치스코·11)·황예찬(바오로·8) 군 가족은 일상에서 기도와 신앙을 나누며 3대의 믿음을 이어 가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이연지·황준협 씨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자주 돌봐 온 조기식·이승진 씨 부부는 아이들의 신앙생활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 손자들에게 어떤 기도를 했는지, 주일미사에는 다녀왔는지 묻고 작은 실천에도 아낌없이 칭찬한다. 가족여행을 떠날 때도 인근 성당이나 성지를 찾아 미사를 봉헌한 뒤 일정을 시작한다. 조부모가 보여 준 신앙은 손자들의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시원 군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기 전후 성호를 긋고 기도한다. 아침·저녁기도와 묵주기도도 꾸준히 바친다. 시원 군은 “기도하시는 모습을 자주 봐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됐다”며 “묵주기도를 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신앙을 전하려는 부모의 노력은 배움으로도 이어졌다. 황 씨는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와 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가 주관하는 신앙 전수 프로그램 ‘어머니·아버지 학교’를 두 차례 수강했다. 자신의 신앙생활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녀에게 믿음을 전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황 씨 가족은 부모와 자녀가 놀이와 나눔, 대화를 통해 함께 신앙을 배우는 햇살사목센터의 프로그램 ‘키로(Chiro)’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서 또래 가정들과 신앙생활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가족이 함께 신앙 안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자녀의 신앙 실천은 다시 부모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시원 군이 복사단 활동을 앞두고 한 달 동안 새벽미사에 참례하게 되면서, 황 씨도 함께 성당에 갔다. 황 씨는 “아이와 미사를 드리면서 오히려 제 신앙이 깊어졌다”며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배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조부모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시원 군은 일상에서 기도를 실천했고, 그의 신앙생활은 다시 아버지를 새벽미사로 이끌었다. 세대가 서로의 믿음을 북돋우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다. 조 씨는 “신앙 교육을 교회와 사목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우선 가정에서부터 먼저 기도하고 신앙을 실천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 천진아 연구실장 “부모의 신앙 다음 세대와 나눠야” “신앙을 삶으로 실천하고, 그 믿음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어른이 많아질 때 아이들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 천진아(미카엘라) 연구실장은 어른이 다음 세대의 신앙 성장을 책임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햇살사목센터는 부모와 조부모가 가정에서 신앙을 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본당의 어린이 교리교육이 중단되자, 부모가 자녀의 첫 번째 교리교사가 되도록 돕기 위해 2021년 ‘어머니·아버지 학교’를 시작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운영해 오던 ‘어머니 학교’를 이어받으면서 교육 대상을 아버지까지 넓혔다. 교육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한편, 자녀의 성장 단계에 맞춰 신앙을 전하는 방법을 배운다. 부모와 조부모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신앙교육을 둘러싼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천 연구실장은 “교육에 참여한 부모들은 자녀의 발달단계에 맞는 신앙 환경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돌아보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신앙이 단단해야 자녀에게도 믿음을 잘 전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앙 전수의 책임은 자녀나 손자가 있는 부모와 조부모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천 연구실장은 “인간의 발달 과정을 보면 중년기 이후에는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다음 세대와 나누고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욕구가 커진다”며 “이러한 에너지가 교회 안에서 잘 연결돼야 다음 세대도 신앙을 키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천 연구실장은 신앙 전수를 위해 교회와 가정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공동체 안에서 신앙교육을 꾸준히 이어 가고, 가정은 자녀가 그리스도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두 역할이 함께 이뤄질 때 교회도 젊은 세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3면

교회 환경단체, ‘탄소중립기본법’ 즉각 개정 촉구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국회의 법 개정이 지연되자, 천주교와 환경단체들이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서울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를 비롯한 전국 11개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 교회 환경단체들은 7월 15일 ‘탄소중립기본법의 즉각적인 개정을 촉구합니다’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정됐다. 하지만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간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202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연도별 감축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과도한 감축 부담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천주교 단체들은 성명에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5월 말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법 개정을 이루지 못했다”며 “산업계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일부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태도로 법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부처들도 기후위기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지구적인 문제인 기후위기를 모든 인류와 모든 세대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기후위기를 촉발한 성장과 개발이라는 이념을 넘어 생명을 가장 중심에 품고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생명을 일구고 돌보라는 창조주 하느님의 명에 따라 행동하는 신앙인들은 탄소중립기본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톨릭기후행동 등이 포함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제헌절을 하루 앞둔 7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부처와 국회, 산업계에 “헌법재판소 결정 이행의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모든 이의 기본권을 지킬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당장 나설 것”을 요구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7면

[세상살이 복음살이] ‘주식 열풍’,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봐야 할까

어딜 가나 주식 이야기다. 직장 점심시간에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빠지지 않는 화제가 됐다. 주식 투자는 이제 일부 사람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일상 가까이에 자리한 금융 활동이 됐다. 그러나 투자 열풍 속에서 종잣돈이 부족한 청년 세대가 레버리지·인버스 같은 고위험 상품에 의존하거나,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많은 투자자가 ‘투자’와 ‘투기’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셈이다. 문제는 주식 투자 자체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내거나 단기간 고수익만을 좇는 투기적 태도에 있다. 교회는 주식 투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그리스도인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투자에 임해야 할지 살펴본다. 최근 5년간 고위험 가구 증가… 청년 ‘빚투’ 늘었다 주식 투자가 과거보다 보편적인 금융 활동으로 확대됐지만,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3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고위험 가구는 총 45만9000가구로 2024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는데, 연령대별로 보면 특히 2030 청년층 고위험 가구 비중이 2020년 22.6%에서 2025년 34.9%로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이 현상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과 자산 축적도가 낮은 청년층 가구가 주택 구입,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부채 차입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여윳돈이 부족한 이들일수록 단기간 고수익을 기대하며 ‘빚투’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7월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지만,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투자한 규모를 알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7월 13일 기준 여전히 3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1년 전보다 13조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많은 투자자가 여전히 대출을 받아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동성이 매우 높은 최근 주식시장 상황에서 이는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까운 행위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신자들도 주식 투자 중…신앙과 주식 관계에 대해선 “글쎄…” 투자 열풍에 합류한 것은 신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예로 신자 청년인 A 씨는 아침 출근길 주식 관련 소식을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A 씨는 “두 달 전만 해도 수익이 50%를 넘고 있었는데, 7월 들어 코스피 지수가 폭락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었다”며 “일부 종목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청년 신자인 B 씨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지만, 주변 지인 중 최근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많아 고민이 크다. 모임 때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는 주식이다. B 씨는 “자취를 하고 있어 여유자금이 없다”며 “그렇다고 고위험 상품을 구매하자니, 최근 큰 손해를 본 지인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본지와 서울대교구 굿뉴스팀이 7월 1일부터 15일까지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톨릭 POLL’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484명의 62.8%인 304명이 현재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의 투자 비율이 73%로 가장 높았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주식 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신앙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답변(42.1%)이 ‘신앙인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와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28.9%)을 크게 웃돌았다. 또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16.5%였다. 응답자 다수가 신앙인으로서 주식 투자를 할 때의 태도와 마음가짐의 기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연결 짓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신중한 판단과 공동선 고려해야 교회는 투자 자체를 죄로 여기지는 않는다. 서울대교구 방종우 신부(야고보·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교회는 노동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인정하기도 한다”며 “본래 의미의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 일부를 보유하는 것이고 생산 활동에 자본을 제공하는 행위이므로, 교회는 자산을 관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 행위 자체를 죄악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청도 바티칸 은행을 통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2022년에는 레버리지와 같은 고위험 상품이나 군수산업, 도박사업 등과 같이 교리에 어긋나는 사업을 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만든 바 있다. 또 바티칸 은행은 올해 2월 각 기업의 활동을 사회교리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따져 종목을 선정한 ‘가톨릭 가치 기반 주식 지수’ 2종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는 빅테크와 금융주를 포함한 중·대형주 5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모습은 곧 교회가 주식투자 자체를 건전한 금융 활동 중 하나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앙인이라면 투자할 때 본인의 선택이 사실상 투기에 가까운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세웠는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지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 사목자들은 투자 자체보다 ‘투자의 목적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방 신부는 “노후를 준비하고 가정을 일구기 위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정당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절하되거나 투자의 결과에 지나치게 매몰된다면 큰 문제”라며 “정당한 투자는 개인과 기업의 공동 성장과 환경, 삶의 질에 대한 책임 있는 선택이 동반될 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빚투’ 또한 그리스도교적 덕목에 비춰 볼 때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방 신부는 “상환 능력을 초과한 대출, 투기 목적의 레버리지 등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는 가톨릭 윤리의 핵심 덕목 중 하나인 ‘신중함’의 결여라고 볼 수 있다”며 “투자 등으로 인한 빚이 가정 혹은 개인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커진다면 단순한 투자 판단을 넘어 공동선과 사랑의 질서를 해치게 되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2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23) 국내 시민사회의 기후운동 20년의 희망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6년 5월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공개됐다. 전직 미국 부통령 앨 고어(Al Gore)가 주연으로 등장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가파른 증가 추이를 설명하는 장면을 보여줄 때, 전 세계인들은 비로소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뒤늦게 상영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과 토론을 벌였다. 정책 결정에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2015년 12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던 파리에 국내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대거 날아갔다. 이들은 총회 회의장 안과 밖에서 각국 협상단의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요구하면서 회의 기간 내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홍보 부스에서는 자연 생태계의 순환 원리를 농업과 생활에 적용하는 퍼머컬처(Permaculture), 지속 가능한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전환 마을(Transition Town) 등 다양한 대안적 개념이 소개돼 주목받았다. 파리 기후 협약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지구적인 전환을 시작하고자, 저탄소 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간 동의를 얻어내는 성과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 개발권, 성평등, 기후 정의, 세대 간 형평성 같은 이슈를 다루면서,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이 전환했음도 보여준다. 이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주제가 분리되어 다뤄져 왔지만, 총회를 계기로 통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총회가 열리기 6개월 전인 2015년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하소서」를 발표하였다. 이 회칙은 환경 및 생태 회칙으로서,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하고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성찰과 구체적인 행동을 전 세계에 촉구하였다.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의 주된 원인으로 인간 중심주의와 기술 만능주의를 지적하면서,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였다. 생태적 감수성을 위한 교육과 영적 회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동시에 국제 정치의 반응이 미약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이 회칙은 비단 가톨릭계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나 시민단체들을 기후변화 대응과 억제를 위한 활동으로 뭉치도록 견고한 방향을 제시했다. 영화가 개봉된 2006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면 이제 어엿한 20세가 되었을 것이다. 청년들이 만나는 기후는 선배 세대들이 겪었던 기후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다. 일찌감치 기후변화 완화와 대응을 위해 싸워 온 선배 세대로서는, 나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로 치닫는 현 지구촌 상황에 대해 좌절을 느끼게도 된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에 누구보다도 책임이 큰 강대국들의 기후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다. 전쟁으로 인해 화석연료의 수입 길이 막히니 연료비가 뛰고 물가가 휘청이는 현실은, 지난 20년 동안의 기후위기 대응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 앞당기고, 마을과 지역별로 에너지 자립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난 20년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었기를 희망한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7면

[가톨릭 쉼터] 자립준비청년들의 앙상블 ‘M.O.A.’

서로 다른 현악기의 울림이 조화를 이뤘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마치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듯 전개되는 멜로디 속에 청년 연주자들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장난스레 웃는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음악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피워내는 음악 공동체, 자립준비청년 앙상블 M.O.A.(Miracle of Art, 이하 모아)를 만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 모아는 2024년 3월, 아동양육시설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모여 시작됐다. 어릴 적부터 해온 악기 연주를 계속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7명의 모아 단원들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전지훈(하상바오로·22) 씨는 음악이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하지만, 음악은 그런 생각 없이도 함께할 수 있다”면서 “오랜 시간 못 만난다 해도 늘 그 자리에 있어 줄 것 같은 친구”라고 했다. 이선빈(마태오·23) 씨도 “음악은 없으면 허전한, 같이 사는 존재 같다”고 했다. 무얼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존재. 시설에서 자라 지금은 홀로서고 있는 이들에게 음악은 ‘가족’ 그 자체였다. 그 가족에는 누구보다 하느님이 계셨다. 단원들의 음악의 시작에는 성가가 있었다. 꿈나무마을 시절 미사 반주 봉사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원들은 “우리는 성가 전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원들에게 어린 시절, 음악은 성가였고, 기도였고, 그 자체로 기쁨이었다. 모아 대표를 맡고 있는 나동화(아우구스티노·23) 씨는 “신앙 안에서 시작한 음악이었고, 덕분에 신앙생활이 즐거울 수 있었다”면서 “지금도 음악은 신앙을 키워나가는 힘”이라고 말했다. 윤선형(라자로·26) 씨도 “성가를 연주할 때가 많다”며 “청년들이 모여 기도하면서 음악을 하다보면 연주 안에서 거룩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전했다. 나눔의 선순환을 이끌다 자립을 위해 공부하고, 일하는 것. 다른 청년들에 비해 홀로서기에 더 많은 시간과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원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연주 활동을 준비하면서도, 주말마다 꿈나무마을을 찾아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양로원이나 복지시설을 찾아 공연도 연다. 처음부터 봉사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도, 거창한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우연히 찾아온 봉사 기회를 자연스럽게 이어 나간 것이 꾸준한 봉사로 이어졌다. 나동화 씨는 “(봉사를 하게 된 건) 다 주님께서 하신 일인 것 같다”면서 “저희도 많은 것을 받아왔으니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모아를 돕는 많은 손길도 있었다. 공연을 본 교수 등 전문 음악인들이 먼저 연락해 단원들에게 개인 지도를 해주고, 정기연주회 협연도 했다. 자립준비청년 몇 명이 모여 시작한 작은 모임은 도와주고, 또 도움받는 구심점이 됐다. 그렇게 벌써 60여 회 무대에 오르며 모아는 성장하고 있다. 이선빈 씨는 “그동안 받은 도움으로 또 우리가 봉사를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악기를 배운 이 친구들도 저희처럼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로와 희망을 노래하다 “저희 연주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원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반드시 전하는 말이다. 그 마음이 전해져서였을까. 모아의 공연 후에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많다. 비단 관객만이 아니다. 자신들을 위해 치는 박수갈채 속에 모아 단원들 역시 위로를 얻고, 희망을 발견한다. 전지훈 씨는 “박수를 치는 모습, 감정의 표현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고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 위로와 희망은 다른 모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노래기도 하다. 최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경제적 지원은 늘었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자립이 아닌 고립을 경험한다. 그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은 금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선형 씨는 “실력이 부족해 공연 전에는 ‘틀리지 말자’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공연에 감동하는 관객을 보며) 제 부족함을 친구들이 채워줬다는 걸 알게 됐다”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공동체가 있다면 내가 부족하더라도 잘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모아는 자립준비청년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당당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며 부족함을 채워주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앙상블’로 보여준다. 모아는 그렇게 자립을 노래한다. 나동화 씨는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음악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모아가 원동력이 돼서 선순환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그렇게 되도록 저희는 부르심에 ‘예!’ 하고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1면

[이웃 종교]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 “北,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

한국 종교계 원로들이 적대와 대결을 넘어 평화 공존으로 나아가는 한반도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북한 국호를 정식 명칭으로 부를 것도 제안했다.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는 7월 2일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서로의 이름을 존중하는 것에서 평화는 시작됩니다’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주교회의 전 의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원행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전 교정원장 오도철 교무, 유교 김영근 전 성균관장,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이범창 전 회장, 천도교 박남수 전 교령을 대리한 정정숙 전 천도교 교화관장이 참석했다. 종교계 원로들은 대국민 메시지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며 “평화 공존은 단순히 갈등을 회피하는 소극적 타협이 아니라 서로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된 평화 공존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고, 그 첫걸음은 상대의 이름은 존중해 부르는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에 가입한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공식 국호로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계 원로들은 북한 공식 국호 사용과 관련해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는 결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화를 향한 성숙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대결과 증오를 넘어 대화와 신뢰의 길을 여는 작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계 원로들은 “언론과 시민사회, 학계와 종교계가 한반도 평화 공존의 관점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요청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평화 공존의 진정성을 신뢰하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희중 대주교는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같은 민족인 우리가 국호에 일부러 적대성을 담아 부를 필요가 있겠느냐”며 “큰 둑이 작은 틈새에 의해 무너지는 것처럼 큰 변화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작은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계기로 방한하는 레오 14세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교황님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가장 좋겠지만, 교황님과 대한민국 대통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일은 성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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