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서 온 편지-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⑤

아브라함의 소명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중요한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이스라엘 역사의 시작입니다. 아브라함은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가 되고, 그의 후손인 이사악, 야곱과 함께 거룩한 조상, 성조라 불리게 됩니다. 둘째, 하느님 구원 역사의 시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라는 운명에 놓인 인간에게 구원 약속을 주셨고(창세 3,15), 이제 아브라함을 부르심으로써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십니다. 아브라함의 소명(창세 12,1-3) 말씀을 살펴보겠습니다. 히브리어로 (축)복을 뜻하는 단어가 가장 많이 제시됩니다.(5회) 이것은 창세기 1~11장(원역사)에서 죄의 어둠에 놓이게 된 인간의 상황과 대조를 이루며, 하느님의 구원이 풍성한 축복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세 가지 축복을 약속해 주십니다. 삶의 터전인 땅, 많은 후손, 그리고 만민 축복의 근원이 되리라는 약속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세 가지 축복 약속은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땅과 후손에 대한 약속은 가나안 정복과 정착에 이어 후대 다윗 왕국 시대에 실현됩니다. 만민 축복의 근원이 되리라는 세 번째 축복 약속은 하느님 구원을 이루기 위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결정적으로 성취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지만, 부활하심으로써 이제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라는 운명에 놓여 있던 세상의 모든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 주어지게 된 것입니다. 아브라함 계약 창세기 15장과 17장에는 아브라함 계약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창세 12,1-3) 주셨던 축복 약속을 계약을 통해 보장해 주십니다. 아브라함 계약을 전하는 창세기 15장에서 주목할 점은 계약을 맺는 형식(8절 이하)입니다. 고대 근동에서는 계약을 맺을 때 희생 제물을 반으로 자른 뒤 당사자들이 그 사이를 지나면서 맹세하였습니다. 이 행위는 만약 누구든 계약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반으로 쪼개어 놓은 희생 제물처럼 죽음을 맞게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계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하나의 맹세 의식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과 아브라함 사이의 계약에 있어 하느님을 상징하는 횃불만이 쪼개어 놓은 희생 제물 사이를 지나갑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축복 약속을 반드시 이루어 주시리라는 확고한 뜻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계약을 전하는 창세기 17장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아브라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됩니다.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삶이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아브라함, 즉 ‘많은 민족의 아버지’란 뜻처럼 그는 더 이상 한 가족의 가장이 아니라 많은 민족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전하는 인생의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게 됩니다. 둘째, 계약의 징표인 할례입니다. 아브라함의 후손 가운데 모든 남자는 태어난 지 여드레 만에 할례를 받음으로써 이 계약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할례의식은 이스라엘이 대대로 지켜오는 전통이 됩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④: 인간의 죄와 죽음, 원복음

인간의 원죄와 죽음 성경은 한처음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인간을 당신의 각별한 사랑으로 만드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에덴 동산에 두십니다. 여기서 히브리어 ‘에덴’은 기쁨과 환희를, ‘동산’은 낙원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인간을 기쁨의 낙원에 두셨다는 표현은 처음 창조되었을 때 인간은 생명을 주신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며 행복을 누리고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창세기 3장의 선악과 이야기는 인간이 어떻게 악의 유혹에 빠져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리게 되었는지 전해 주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원죄와 그 결과인 죽음이란 운명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뱀은 간교한 유혹자입니다. 뱀은 인간에게 선악과를 먹으면 하느님처럼 될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뱀의 유혹이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교만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선악과를 따 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여 죄를 범하게 된 인간은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라고 찾으시는 하느님을 피해 숨게 됩니다. 이처럼 인간의 원죄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의 관계에 단절을 초래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인간은 생명의 소멸인 죽음이란 운명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죄의 다양한 모습들 이어서 창세기 4장부터 11장까지는 인간이 범하는 죄의 다양한 모습들을 전해 줍니다. 먼저 카인과 아벨 이야기(창세 4,1-16 참조)는 인간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그 결과 초래된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농부인 형 카인과 양치기인 동생 아벨은 각자의 소출을 하느님께 바칩니다. 그러나 아벨의 제물만이 받아들여지자 카인은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 동생을 살해하는 폭력을 저지르고 맙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창세 6,5-9,17 참조)에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만연해지고, 마음의 생각과 뜻이 타락하였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마음 아파하시며(창세 6,6 참조) 홍수로써 세상을 정화하시게 됩니다. 바벨탑 이야기(창세 11,1-9 참조)에서는 창조 때 첫 인간이 악의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과 같아지려 했던 교만이 다시 나타납니다. “자,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창세 11,4) 이 일련의 이야기들은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과의 관계를 단절해 버린 인간이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을, 하느님의 구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원복음 인간의 죄로 인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지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거두지 않으시고,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약속해 주십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구원 약속을 창세기 3장 15절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여자의 후손은 뱀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리라.” 하느님께서는 장차 여인의 후손, 즉 메시아를 통하여 인간을 죄와 죄의 결과인 죽음으로 유혹하는 악의 세력을 물리치심으로써 구원해 주시리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초대교회의 이레네오 성인(130/140?~202년경)은 이 구원 약속을 원복음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 구원의 첫 번째 기쁜 소식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 역사를 시작하시기 위하여 한 사람을 부르십니다. 바로 아브라함입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③: 인간의 역할과 부부관계

인간의 역할 이번 편지에서는 세상의 다른 피조물에 대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경 말씀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창세기 1장에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에 대해 “보시니 좋았다”라는 표현이 다섯 차례 나옵니다.(창세 1,4.10.12.18.21) 그리고 마지막 부분인 31절에 다시금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의 피조물을 당신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하십니다.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세 1,26) 인간은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세상 피조물을 다스리는 권한을 받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세상 다스림은 어떠해야 할까요? 이 다스림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세상을 관리하도록 책임을 맡기셨기에 하나의 사명이라 하겠습니다. 그러하기에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인간이 자신의 편리와 이익을 위하여 무분별하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훼손하는 행위는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권한을 남용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자연환경의 문제는 이러한 남용이 초래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창조하신 세상을 잘 보호하면서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도록 인류가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 남자와 여자의 관계, 부부의 관계에 대한 성경 말씀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성경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존재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여기서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제시되는 것은 두 존재가 동등한 관계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히브리어로 남자는 ‘이쉬’, 여자는 ‘잇샤’입니다. 두 단어는 같은 어근을 가지고 있습니다. 잇샤는 이쉬의 여성형입니다. 그리고 히브리어에서 뼈와 살이 함께 언급될 때 두 존재의 유사성을 나타냅니다.(창세 2,23 참조) 둘째, 남자와 여자는 서로 보호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에는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지으셨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여기서 갈비뼈는 생명과 직결되는 신체 기관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나타냅니다. 하와(생명,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 불리게 되는 여자는 남자에게 있어 생명의 보호자이며, 하느님께서 주신 남자의 협력자(창세 2,23 참조)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부부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이 부부입니다. 부부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셨기에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마르 10,9 참조) 부부는 한 몸으로서 서로에 대한 신의를 지키며, 동등한 인격적 존재인 배우자를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부족한 것을 서로 보완하고, 필요할 때 서로 협력하며, 부부 사랑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②: 창조주이신 하느님

하느님의 세상 창조 이번 편지에서는 창세기가 전하는 하느님의 세상 창조에 대한 계시 말씀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성경의 이 말씀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조에 대한 신앙(구두 전승)이 구약 당시의 표현 방식으로 기록(문서화)되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성령의 영감을 받은 성경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보편적 계시 진리입니다. 창세기 1장 1절에 하느님의 창조에 대한 계시의 핵심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여기서 ‘한처음’은 세상의 시작을 말합니다. ‘하늘과 땅’이란 표현은 구약의 히브리어 용법에 의하면 온 세상을 뜻합니다. 한자어 천지(天地)의 의미를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창조하다’라는 히브리어 동사는 하느님께만 적용되는 고유한 표현으로 신적(神的) 창조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창세기 1장 1절은 한처음에 온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계시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가운데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계시 진리를 전하고 있는 성경 말씀을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립니다. 구약성경의 이사야 예언서는 하느님은 창조주이시기에 만군의 주인이시며, 영원하시고 유일한 주님이심을 전하고 있습니다.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처음이며 나는 마지막이다. 나 말고 다른 신은 없다.’”(이사 44,6) 신약성경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테네 사람들에게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님”(사도 17,24)이심을 밝히고 있습니다.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에서도 창조주 하느님을 경배하고 있습니다. “주님, 저희의 하느님… 주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셨고 주님의 뜻에 따라 만물이 생겨나고 창조되었습니다.”(묵시 4,11) 성경이 전하는 계시 진리 말씀에 따라 우리는 사도신경에서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하느님의 인간 창조 성경 말씀은 인간의 기원이 하느님께 있다는 계시 진리와 함께 인간이 가지는 하느님과의 특별한 관계와, 세상 안에서 가지는 인간의 위치와 사명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의 인간 창조에 대한 성경 말씀을 알아보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 여기서 ‘우리’라는 표현은 구약의 히브리어 용법에 따르면 인간 창조에 대한 하느님의 특별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 모습’은 인간이 가지는 하느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우리와 비슷하게’라는 말은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피조물이라는 차별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람’은 히브리어 아담입니다. 여기서 아담은 첫 인간의 이름일 뿐 아니라 집합명사로서 모든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사람은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과 의지로 창조된 존재요, 하느님의 모습과 닮은 존재, 즉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성경의 인간관이요 가르침입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창세기①: 개괄적 이해

이번 편지에서는 구약성경 오경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성경, 구약성경에 대해 간략히 소개드리고, 이어 오경과 창세기의 전체 내용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1)성경 성경에는 하느님의 우리 인간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사랑은 하느님이 인간을 죄와 죽음으로부터 구원하시는 구원경륜을 통해 계시됩니다. (2)구약성경 구약성경은 성경의 전반부로서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인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하여 계시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후반부인 신약성경은 하느님의 구원경륜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취된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함) 구약성경에 속하는 46권의 책들은 그 내용과 문학 양식에 따라 크게 네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오경’, ‘역사서’, ‘시서와 지혜서’, ‘예언서’입니다.(성경의 목차 참조) (3)오경과 창세기 오경은 구약성경의 첫 다섯 권인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말하며, 원역사, 성조시대, 이집트 탈출과 광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상의 기원, 인간의 기원과 운명, 하느님 구원 역사의 시작, 이스라엘 백성의 하느님 구원 체험, 하느님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생활 등에 대한 하느님의 계시 진리의 말씀이 담겨 있습니다. 오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는 기원(起源)에 대한 하느님의 계시 진리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내용에 따라 ▲세상과 인간의 기원, 인간의 운명, 원복음(原福音)에 대한 말씀인 창세기 1-11장(원역사) ▲구약의 하느님 백성으로 선택된 이스라엘 역사의 시작을 전하는 창세기 12-50장(聖祖 이야기)으로 구분됩니다. 창세기의 첫 부분인 1-11장에는 세상 창조에 이어 인간의 기원과 운명에 대한 계시말씀이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으로 창조되어 낙원에 있던 인간(1-2장)은 악의 유혹에 넘어가 죄를 범하고(원죄) 스스로 고통과 죽음이란 운명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거두지 않으시고 구원을 약속해 주십니다.(3장) 이어 나오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인간이 범하는 ‘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인과 아벨(4,1-16), 카인의 후손 라멕(4,19-24), 거인족(6,1-4), 노아의 홍수(6,5-9,17), 노아의 가정(9,18-29), 바벨탑(11,1-9) 등이 그것입니다. 창세기의 두 번째 부분인 12-50장은 이스라엘 역사가 시작되는 성조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심으로써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시고, 세 가지 축복 약속을 주십니다. 모든 인간의 구원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은 세 번째 축복 약속을 통해 계시됩니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12,3) 이 축복 약속은 신약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통해 마침내 이루어지게 됩니다. 하느님의 축복 약속은 아브라함에 이어 이사악과 야곱 이야기의 중심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야곱 집안이 이집트로 이주하게 된 경위를 전하는 요셉 이야기(창세 37-50장)는 기근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안배였음을 밝혀 주고 있습니다.(창세 50,20) 다음 편지부터는 창세기의 첫 부분부터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8면

[본당에서 온 편지 -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편지를 시작하며

하느님의 계시 말씀이 담겨 있는 성경이 신앙생활에 있어 중요함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특히 구약성경은 더욱 그렇다. 이번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 연재는 성서학을 전공한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가 매주 주보를 통해 교우들에게 보냈던 편지 형식의 글을 재구성한 것으로, 구약성경 중에서도 처음 다섯 권의 책인 ‘오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을 간결하고 쉽게 전한다. “신부님, 세례받은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세상사는 일이 바빠서 신자로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느 신자 분이 답답해하시면서 제게 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깊이 사랑하고 싶고, 그분과 함께 기쁨이 충만한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것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 ‘신앙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답을 찾는 것은 시간이 날 때, 여유가 있을 때 언젠가 하면 되는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삶의 자세와 방향을 결정하는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이 물음들에 답을 줄 수 있는 분은 오로지 하느님뿐이십니다. 놀랍고도 감사하게도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먼저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계시(啓示)는 사도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거룩한 전통인 ‘성전(聖傳)’과,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의 언어로 기록된 거룩한 경전인 ‘성경(聖經)’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이를 통해 인간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인간 삶의 근본과 참된 행복, 나아가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에 대한 구원의 희망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왜 하느님을 믿고 공경해야 하는지, 하느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신앙의 성장을 위해, 행복한 신앙생활을 위해 성경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성경 말씀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을, 그분의 지극하신 사랑과 가르침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계시헌장도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의 자녀들에게 신앙의 힘, 마음의 양식, 영성 생활의 깨끗하고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 힘과 능력을 간직하고 있다”(21항)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많은 분에게 생소하거나 어렵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귀중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약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진 하느님 구원의 의미를 충만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들이 하느님을 만나 그분께 대한 사랑과 믿음을 더 깊게 하고, 인생의 근본을 알아 삶의 참된 가치관과 희망을 가지며,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감으로써 참된 행복과 영원한 생명의 구원으로 나아가시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제 교우님과 함께 구약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는 은혜로운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여정에도 함께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글 _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대교구 구미 도량본당 주임)

발행일 2026-07-05 제3498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