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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아시아 청년 - ‘젊은 교회’ 아시아, 그리고 청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07-29 수정일 2014-07-29 발행일 2014-08-03 제 290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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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복음선포 주역으로 기대 한몸에 받아
젊고 역동성 넘치는 아시아  제삼천년기 보편교회 희망
급격한 세계화 바람에 청년들 신앙인으로서 정체성 혼란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서에서“아시아 청년, 교회 주체” 강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 제6차 총회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제일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이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삼천년기에는 이처럼 광대하고 생동적인 이 대륙에서 신앙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새천년기 아시아 교회

요한 바오로 2세는 나아가 제삼천년기를 넘어서면서 발표한 교황 교서 「제삼천년기」를 통해 새 천년기 교회의 희망은 아시아임을 선언했다.

이같은 기대와 희망은 실제로 객관적인 통계 수치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교황청 국무원 통계처가 발행한 ‘교회 통계 연감 2012’에 의하면, 2007년~2012년 5년 동안 신자 증가율은 대륙별로 큰 편차를 나타냈다. 즉, 아메리카와 유럽이 각각 5.3%, 1.3%의 낮은 증가율에 그친데 반해, 아프리카 대륙(20.4%)와 함께 아시아교회의 성장율은 11.4%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성직자, 남녀 수도자, 신학생 등 모든 면에서 아시아 교회는 실로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기대와 희망의 대륙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아시아 대륙의 전체 인구 중에서 거의 3분의 2가 바로 25세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그래서 아시아 대륙의 교회는 그 자체로 젊은 교회일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교회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이고, 세계 인구의 3분의 2 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땅”이며 “고대 문화와 종교, 그리고 고대 전통들의 계승자들인 그 민족들의 다양성”(교황 교서 「아시아 교회」 6항)으로 경탄스러운 아시아 대륙. 그 교회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바로 젊은이들이다. 젊은 교회 아시아, 그 속의 젊은이들은 바로 세계교회가 희망과 기대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만나도록 도와야 할 교회의 미래이다.

아시아 교회는 그 자체로 젊은 교회일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교회이기도 하다. 2006년 홍콩에서 열린 4회 아시아청년대회.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아시아의 현실과 청년

아시아의 젊은이들은 아시아 대륙의 사회, 경제, 정치적 질곡과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동시에 체험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빈곤과 무지, 억압, 다종교와 다문화의 현실 상황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경제 발전의 측면에서 어떤 국가는 서구 못지 않은 경제 발전을 구가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개발 도중에 있거나 여전한 극도의 가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와 이주 현상, 전통의 파괴와 단절, 종족 분쟁, 인권 침해 등 정치 사회적 현실은 아시아가 여전히 격고 있는 질곡으로서, 젊은이들 역시 이러한 공통적인 현실의 고통을 겪고 있다.

특별히 세계화 현상은 현대 아시아 사회와 교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997년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21세기 아시아 교회’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 펠릭스 윌프레드 신부는 “오늘날 금융 자본과 시장의 자유화로 특징 지어지는 세계화 속에서의 중요한 두 가지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첫째, 우리는 점점 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으며 둘째, 사회 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점점 더 상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2차 FABC 청소년에 관한 ‘평신도사도직 주교연수회’(BILA)에서 말레이시아의 체릴 리 찬 여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도전 속에 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세계화의 야만스러운 공격”이라는 도전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화의 영향

그는 1997년 태국 타가이타이에서 열린 제1차 주교연수회에서 지적된 바를 인용하면서, 남아시아(인도, 방글라데시 등)는 일상화된 빈곤, 무지, 폭력, 차별에 희생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브루나이 등)는 시장경제의 성장과 함께 젊은이들이 급속한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홍콩, 대만, 중국, 일본, 한국 등)는 극도의 소비주의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됐다.

특별히 그는 세계화의 영향은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큰 도전이라며,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른 적응의 어려움, 깊은 문화적 격변의 위기, 물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영적인 측면의 가난, 소비주의, 매스미디어의 절대적인 영향, 세대간 단절, 고도로 경쟁적인 교육 제도 등은 아시아 젊은이들이 가장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화 현상과 미디어의 영향은 오늘날 아시아 젊은이들의 가치 체계와 생활 형태를 크게 바꿨다. 그에 따라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자신들의 역할과 소명을 확신하지 못하게 됐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사실은 삶의 의미 자체를 발견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단지 가볍고 경망스럽게 자신들의 관심사에 따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더 깊은 영적 가치와 갈증 속에서 무엇인가 더 의미 있고 평화롭고 안정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세계청년대회와 대륙별 청년대회 등에 참가하는 전세계 젊은이들의 모습은 이들의 영적 갈증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들은 함께 먹고 자고 삶과 신앙을 나누는 공동체의 체험을 통해서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스스로 증거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한국청년대회를 앞두고 지난 6월 도보순례를 갖고 있는 청년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의 책임

교황 교서 「아시아 교회」는 젊은이들이 “아시아의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교회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책임과 소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들을 격려하고 지원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이들 젊은이들은 단지 교회의 사목적 배려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교회의 사랑과 봉사의 사도직 활동에서 교회 사명의 주체들이며 협력자들”(교황 교서 「아시아 교회」 47항)임을 강조한다.

아시아 주교들은 그래서 아시아의 젊은이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여러분들이 혼자라고 두려워 마십시요. 여러분들이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예수께서는 삶의 모든 단계에서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십니다. 성경과 성찬례에서 그분의 얼굴을 보고,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그분의 품에 안기면, 여러분은 그분을 여러분의 동료 젊은이들에게 선포할 용기와 기쁨을 얻게 될 것입니다. 교회는 여러분 스스로보다 더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기에 적합한 이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