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이자 간호사로서 고통 받는 분들 돕고 싶었습니다” 1980년 미국서 호스피스 접하고 국내 도입·발전 위해 노력 준비된 죽음 잘 맞이하도록 돕는 것이 ‘호스피스·완화의료’ 사별가족 아픔까지 치유하는 가정·사회에 꼭 필요한 의료활동 독립호스피스센터 늘어나길… 교회, 호스피스 교육 강화해야
호스피스·완화의료라는 개념이 국내에 정착하기 전부터 이에 대해 연구하고 한 길을 걸어온 수도자가 있다. 바로 노유자 수녀의 이야기다.
노유자 수녀는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간호사(1970년)를 시작으로 동대학 간호학과 학과장(1988~1990년),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원장(1990~1996년), 성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장(2007~2015년) 등을 역임했다. 의료사도직 실천자이자 교육자로서 한평생을 헌신해 온 노유자 수녀를 만나봤다. ◎대담: 장병일 편집국장 ◎날짜: 2018년 7월 19일 ◎장소: 서울 명동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장 국장 : 1980년과 1998년 미국에서, 2002년 유럽에서 호스피스 연수를 하면서 국외 호스피스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특히 호스피스의 창시자 시슬리 선더스를 만났을 때, 또 선더스가 설립한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센터를 방문했을 때 얘길 들려주세요.
▲노 수녀 : 호스피스의 대모라고도 일컫는 시슬리 선더스를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에서 만났습니다. 그녀는 자기가 처음 호스피스를 시작할 때의 전략과 어려운 과정을 극복한 예들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운영에 관한 여러 방법들을 가르쳐줬습니다. 또 유럽 연수 땐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영국 등의 독립호스피스센터를 돌아보며 실제로 환자 옆에서 실습하도록 배려해주고 숙소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대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고 느낀 호스피스의 경험과 체험을 기억하며 우리나라에도 유럽호스피스 같은 특히 독립호스피스센터가 여러 곳에 설립되길 기원합니다. -장 국장 : 호스피스 병동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이에 대한 관심도 커가고 있지만, 여전히 호스피스의 개념이 정착됐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반 병실이나 가정이 아닌 호스피스 시설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또 죽음의 참된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노 수녀 :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은 말기환자가 통증이 심하고 여러 증상이 있을 때 고통을 경감시키고,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질을 높여주고, 무엇보다 희망을 갖고 죽음을 잘 맞이하도록 돕습니다. 아울러 사별가족들이 여한이 없도록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삶의 질, 행복을 위해 협력합니다. 이런 호스피스 활동은 개인, 가정,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이끌 수 있는 전문적인 의료 활동이기 때문에 꼭 필요합니다. -장 국장 : 저서 13권 발간, 56편의 논문을 내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최근에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의미있는 삶의 완성」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을 낼 때까지의 과정과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 ▲노 수녀 : 1980년 미국에서 호스피스를 접하고 온 후 1986년 「암환자」라는 책을 통해 호스피스에 대한 소개를 했습니다. 그리고 1994년에는 「호스피스와 죽음」이라는 저서를 간호학과 교수들과 공동집필했습니다. 그 후 책들이 출판되고 국가 정책이 변하면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발전하고 있고 법도 제정돼 새 책에 여러 학자들이 힘을 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윤리, 신학, 인문, 사회, 의학과 간호학과 교수, 호스피스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각 분야 전문인들과 함께 현 상황에 부합되는 책으로 집필했습니다. 독자분들은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의 목적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전문 및 표준교육, 학부생과 대학원생, 관심 있는 팀 구성원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 책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심이 있는 의사, 간호사, 사목자,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치유의 활동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 국장 :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원장과 성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장으로 재임하면서 현장에서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을 만나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노 수녀 : 한 환자에게 죽음이 임박해 오는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으니 “일생 동안 사업을 하면서 찍어놓은 사진들이 있는데 전시회 한 번 못하고 죽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인과 함께 전시회를 준비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장 국장 : 우리 사회에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대로 자리 잡고 발전하기 위해선 여전히 과제가 많습니다. 교회와 사회가 어떤 노력을 더해야 할 지 조언부탁드립니다. ▲노 수녀 : 가톨릭대 산하로 호스피스 병동은 있지만 독립호스피스센터는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독립호스피스센터가 늘어나고 병동과 연계된 가정호스피스가 발전됐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교구별 혹은 지역별 연계 호스피스 완화 의료 모형이 만들어지길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신부님, 수도자, 성직자, 일반인 상관없이 호스피스에 대한 교육이 실시돼야 합니다. 또 모든 신자들이 호스피스를 배우며 자신의 죽음 준비와 그에 대한 건강한 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회가 점진적으로 호스피스 교육에 대한 홍보를 강화했으면 합니다.정리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