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강훈 (상)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8-12-04 수정일 2018-12-05 발행일 2018-12-09 제 3123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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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기도하는 마음 노래해

■ 세상의 소금과 빛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강훈(바오로)씨는 건설 현장에서 인테리어 목수 반장까지 맡으며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돈과 관련한 주위 사람들의 오해와 비난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하느님께로 피신했다. 두 달간 동안 개인피정을 하고도 부족해 온종일 성당에서 기도를 바쳤다.

“하느님께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하고 계속 여쭤봤어요. 그러던 중에 본당 사무장님께서 관리장을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고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청원 기도 중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29살 때부터 10년간 성당 관리장으로 지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흔들림은 없었다.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견디기 힘든 일이 있었다. 바로 미사에 참례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대축일이면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미사에 참례하기가 힘들었어요. 미사에 참례하고 있어도 모든 것이 신경 쓰였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성당 안이 쌀쌀했는지 자매님 몇 분이 웅크리고 계셨어요. 그래서 성당 온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실로 내려갔죠. 그곳에서 예수님께 ‘주님 저는 왜 온전히 미사에 참례할 수 없나요?’하고 투덜거렸어요. 그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네가 기도해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도다.’ 그 순간 마태오 복음 5장에 나오는 ‘세상의 소금과 빛’에 관해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이때의 체험과 말씀을 묵상하며 만든 성가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 강씨는 이 성가를 만들며 선교에 관해 묵상했다.

“선교는 말이 아니라 행실을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저의 삶을 보고 하느님을 만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예수님께 드릴 희생제물이라 생각됩니다.”

■기뻐해다오

“기뻐해다오 죄책감의 그늘에 있지 말고 이리 나오렴”

여느 때처럼 미사 중 성체를 영하러 자리에서 일어나던 강씨는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 잡혔다. ‘나 같은 죄인이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셔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지은 모든 죄가 떠올랐다. 도저히 앞으로 나갈 용기가 없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예수님의 음성을 들었다.

“마치 예수님께서 ‘탓하려는 얼굴인지 저 십자가를 봐’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 순간 ‘언제나 기뻐하십시오’(1테살 5,16)라는 말씀이 생각났어요. 항상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저 같은 죄인을 구원하셨다는 그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뻐해다오’는 바로 그때의 은총을 담은 성가입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