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물 준비
그리스도교 역사의 초기 8~9세기 동안 신자들이 자기 집에서 미사 전례 때 쓸 빵과 포도주만이 아니라 여러 다른 예물을 봉헌하는 관습이 있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어머니 모니카의 간절한 기도의 힘으로 자신이 새로 태어났음을 고백하면서 제대에 예물을 봉헌하는 행위를 언급했다.
“저 과부는 자선을 자주 하고, 당신의 성자들을 받들어 섬기며,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 제단에 봉헌물을 올려놓고, 하루에 두 번 곧 아침저녁으로 빠짐없이 당신 교회에 나갔습니다.”(「고백록」 5,9.17)
이러한 관습에서 비롯하여 미사 때에 제대에 예물을 가져가 준비하는 일련의 예식 행위를 가리켜 오랫동안 ‘예물 봉헌’(offertorium)이라고 불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 개혁은 역사를 거치면서 이 부분에 중복되거나 덜 유익하게 덧붙여진 요소들을 빼고 더 단순하게 정리하여 이를 ‘예물 준비’라고 새로 명명하였다. 곧 ‘봉헌’보다는 ‘준비’에 더 강조점을 두었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의 참된 봉헌은 미사 거행 전체의 정점을 이루는 감사 기도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예식 동안 신자들의 마음과 자세에서 동반되어야 할 봉헌의 의미는 살아있다. 특히 예물 행렬에서 신자들이 제대에 가져가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될 빵과 포도주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희생과 결합하게 될 우리 자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제는 빵이 담긴 성반을 두 손으로 제대 위에 조금 높이 받쳐 들고 다음과 같이 기도한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땅을 일구어 얻은 이 빵을 주님께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
우리의 노력으로 땅을 일구고 가꾸어 얻는 ‘빵’과 ‘포도주’를 하느님께 예물로 바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봉헌의 표지이기도 한 것이다.
이 밖에도 가난한 이들과 교회를 위하여 신자들이 봉헌하는 금전과 같은 다른 예물 봉헌의 의미를 사도 바오로의 말씀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2코린 9,6-8)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먼저 헤아릴 수 없는 은총의 선물을 받았음을 체험하고 느낄 때,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의 것을 나눌 수 있는 힘이 거기서 흘러나온다. 그럴 때 봉헌 행위는 또한 감사와 기쁨의 표현이자 마음을 담은 기도가 된다.
■ 예물 기도
사제는 예물 기도로써 제대와 예물 준비 예식을 마치고 감사 기도를 준비한다. 이 기도는 희생 제사의 봉헌의 의미를 앞당겨 보여 준다.
“주님,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이 제물을 너그러이 받으시어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가 드리는 이 제사가 모든 이의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연중 제24주일 예물 기도)
“주님, 비천한 저희가 드리는 기도와 제물을 굽어보시어 아무런 공덕이 없는 저희를 너그러이 보호하시며 도와주소서.”(대림 제2주일 예물 기도)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면에서 하느님께 봉헌되기에 부족한 우리 자신을 당신 손으로 받아들이시고 당신 자신과 결합시키시어 완전하고 위대한 봉헌이 되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