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헬기조종사의 병영일기] 기해(己亥)년 올해는

이연세 (요셉) 예비역 육군 대령rn동서울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9-01-08 수정일 2019-01-08 발행일 2019-01-13 제 312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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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여름밤, 2학기 강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컴퓨터가 먹통이 됐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자정이 넘은 시각이지만 염치 불구하고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조카! 컴퓨터가 이상해. 바이러스 감염인지 작동불능이네”라고 다짜고짜 말했습니다. “이모부! 그 화면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세요. 제가 한번 해결해 볼게요.” 감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수차례 전화와 카톡을 주고받은 끝에 컴퓨터는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카는 컴퓨터에 관한 한 저의 해결사입니다.

항공부대에도 해결사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시험비행조종사(Maintenance Test Pilot)입니다. 시험비행조종사의 주된 임무는 정비사가 정비한 항공기를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시험비행을 한 후 ‘비행 가능 항공기로 분류할 것인지, 더 정비가 필요한지’를 판정하는 일입니다. 최종 품질검사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시험비행조종사는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서 일정 요건에 합당한 조종사만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요. 첫째 조건은 해당 기종에 대한 비행 경험이 풍부하고, 항공기의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정비까지도 세부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조종사들이 항공기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시험비행조종사에게 물어 보고 조언을 구하는 이유입니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문제해결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하루에도 수없이 예기치 않은 장애물에 봉착합니다. 자녀 문제, 일과 관련된 문제,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 등. 웬만하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가정사라면 아내와 상의하고, 일과 관련된 문제라면 상급자나 해당 업무의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함으로써 해결하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문제들이 손쉽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즉 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죠.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사면이 꽉 막힌 방에 홀로 고립된 것처럼 답답하기만 합니다. 잠을 설치며 몇 날을 고민해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심한 절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렇듯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하느님을 찾습니다. 하느님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그랬고 다윗이 그랬으며, 요셉 또한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직면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께 의탁했습니다. 하느님은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묵시 22,1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로 맞이한 기해년! 올해도 여느 해처럼 다양한 삶의 문제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장병 여러분, 신자 여러분 모두 걱정을 내려놓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한 해를 보내십시오.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아멘!

이연세 (요셉) 예비역 육군 대령rn동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