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김연기(상)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01-29 수정일 2019-01-29 발행일 2019-02-03 제 313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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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안 된다고? 사랑하면 알리라! 
■ 오직 사랑으로

“세상이 알지 못한 놀라운 사랑을 지금 여기 부어주시네”

매주 미사에 참례하고 성경공부도 하고 각종 연수에도 빠지지 않았다. 신앙을 주제로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성가대 지휘도 했다. 김연기(라파엘라)씨를 바라보는 이들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냉담은 아니었지만 냉담과 마찬가지였다.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고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지?’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특히 세월호 참사가 그랬죠. 저는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니 믿지 못했죠. 하지만 제가 맡은 일이 있기에 지휘를 하고 찬양을 하고 성당을 나갔습니다.”

김씨는 이러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몸부림치듯 성경을 읽었다.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신앙을 완전히 놓아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성경을 펼쳐 읽던 중 한 말씀에 눈길이 갔다.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1코린 2,9)는 말씀을 만나고 제 마음을 돌아보게 됐어요. 그리고 저의 잘못을 알게 됐어요. 저는 하느님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말씀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헛된 노력으로 마음이 닫혀 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자 이해하려는 노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하기보다 먼저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체험과 깨달음을 글로 옮겼다. 그리고 그 글을 바탕으로 성가를 만들었다. ‘오직 사랑으로’가 세상에 나온 배경이다.

“저는 지금까지 이해하지 못하면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믿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었죠. 몰라도 믿고, 믿다 보면 알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제가 깨달은 것을 글로 적었죠. 그런데 많은 글을 쓰지 못했어요. 깨달음은 딱 한 단어로 표현됐죠. 바로 ‘오직 사랑으로’입니다.”

김씨는 ‘오직 사랑으로’를 부를 때마다 새로운 마음이 든다. 하느님의 사랑은 늘 새롭고 나의 응답 또한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오직 사랑으로’는 이성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사랑을 무조건 따르겠다는 저의 결심이 담겨 있는 곡입니다. 세상이 알지 못한 놀라운 사랑을 지금 여기 부어주시는 분이 바로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사랑으로 우리를 지으시고 돌보시는 하느님을 저는 믿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