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동차로 출발해 경남 진주-진해-부산-광주(光州)-전남 장성-충남 논산을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하루 1500㎞를 운전해서 이동했다면 몸은 녹초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가뿐하고 뿌듯하다.
윤영득(가브리엘·59) 아람건축사사무소 대표는 14년째 군종교구 건축자문위원으로 일하며 전국의 군성당을 조금이라도 더 군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동분서주, 불철주야로 뛰고 있다.
2007~2010년에는 진주 공군 교육사령부 비성대성당, 진해 해군 기지사령부 진해해군성당, 부산 육군 제53보병사단 하상바오로성당, 광주 육군 제31보병사단 충장성당, 장성 육군 보병학교 상무대성당,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성당 건축이나 보수 등이 동시에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 모든 군성당들이 윤 대표의 손과 눈을 거쳐야만 온전히 완성될 수 있고 공사기간이 지연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전국 일주를 하다시피 군성당 공사 현장을 누볐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될 법도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가면 기운을 다시 차리곤 했다.
2006년 이후 윤 대표가 건축 설계, 공사감리, 자문 등으로 직접 참여한 군성당은 육군, 해군, 공군 부대를 망라해 20여 개에 이른다. 현재는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인 판문점 JSA성당 건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가 군종교구 건축자문위원을 맡은 시점부터 지어진 군성당은 윤 대표의 손을 어떤 형태로든 거쳤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이뿐 아니라 군종신부들은 성당 건물에 문제가 있거나 보수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윤 대표에게 전화를 건다. 그만큼 윤 대표는 군성당 건축과 유지, 보수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윤 대표가 군성당 건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는 과정은 좀 색다르다. 1981년 육군에 입대해 충남 조치원 62훈련단에서 1984년까지 복무한 윤 대표는 세례를 받지 않은 채 군인들과 미사를 드리곤 했다. 정확히는 미사를 드렸다기보다 간식을 먹으러 성당에 나갔다. 더 좋은 간식을 준다는 소문이 들리면 개신교회나 절에 나가기도 했다.
윤 대표는 건축사로 일하며 1996년 세례를 받고 나서 자신이 군복무 시절 다녔던 성당을 떠올렸다. 군인들이 앉아 있을 공간만 있을 뿐 종교시설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열악했던 것이 생각났다. 군성당 건축에 헌신하게 된 첫 단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