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세상에 이런 공동체도 있었군요!

박화순(사라·대구대교구 경주 성동본당)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3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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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문병을 갔다 온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돌아오면서도 내심 ‘회복하기가 힘들겠구나’ 걱정했지만, 막상 소식을 듣고 보니 서 있을 수도 없을 만큼 힘이 쭉 빠졌다.

진료만 받고 바로 오겠다며 제 발로 걸어 병원에 갔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버리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올케를 위해 잠시 묵상을 하는데, 환하게 웃고 있는 올케의 모습이 보였다. 비록 슬픔을 씻어낼 수는 없었지만, 주님께서 올케의 손을 잡아주신 것을 알고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아무도 없는 빈 영안실에 쓸쓸히 앉아있을 동생과 조카를 생각하며, 나는 이튿날 아침 일찍 여동생과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 나의 이러한 걱정은 놀람과 감동으로 바뀌었다.

천상의 노래처럼 연도소리가 울리고 영안실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얼마나 손님이 많은지 일부는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본 동생이 성당 교우들이 도와주기 위해 오셨다고 했다. 나는 잠시 동생을 위로한 뒤, 몇 차례나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렇게 연도는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그리고 손님들은 각자가 준비해 온 김밥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셨다. 어떤 분들은 우리를 위해 도시락을 두고 가기도 하셨다.

연령회 회장님께서 “유가족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서 회원들 각자가 도시락을 준비했다”며, “회원이 200여 명이나 된다”고 하셨다. 교우들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례미사는 다음날 있었는데, 미사 시작 전에 벌써 성당 안에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교우들이 함께 해 주셨다. 놀라운 일은 미사 중에도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주임 신부님께서 망자를 향해 큰절을 하신 것이었다. 뒤이어 부제님도 절을 하시고, 연령회 회장님께서도 절을 하셨다. 30년 넘게 신자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강론을 맡으신 부제님은 “아녜스씨는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다간 한 송이 작은 꽃이었다”며 울먹이셨다.

올케를 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교우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큰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다시 한 번 신부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진심으로 말하였다.

“저도 이승의 삶을 마감할 때는 꼭 이곳에서 보내고 싶습니다.”

박화순(사라·대구대교구 경주 성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