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 / 정민제

정민제rn(안드레아·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
입력일 2019-04-09 수정일 2019-04-09 발행일 2019-04-14 제 314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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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구 사회복지회에서 경기도로부터 지정받아 운영하는 노인복지 시설인 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100여 명의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저소득 독거 어르신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그 어르신의 보호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가톨릭 사회복지는 ‘사랑의 이중 계명’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배웠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삶을 따라야 하며 그분이 행하고 말씀하신 복음에 따라 살아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러한 삶의 기본 원리로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 계명’을 주셨습니다.(마태 22,24-40. 루카 10,25-28. 마르 12,28-31)

그래서 가톨릭의 사회복지 활동은 교회의 사명이며 복음화를 이루는 예수님의 ‘명령’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법인에 비해 우리 가톨릭 사회복지는 더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게 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불가분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복지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그 격차를 줄여 나가는데 쓰입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물질만능주의 앞에 우리는 예수님의 명령인 ‘이웃사랑’을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생기는 게 사실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안아주었던 ‘나병환자’가 ‘예수’였던 것처럼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마태 25,31-46)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 아내, 아이들, 부모님, 이웃, 성당 형제, 자매뿐만 아니라 타종교,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외받은 이들, 특히 버림받은 이들이 바로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나는 ‘어르신’마다 그분들이 ‘예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복지법에 의해서 10가지만 도와드려야 한다면 우린 그분들이 ‘십자가 위 버림받은 예수’이시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하는 의무를 가집니다. 주변에 소외받고 계시는 분들을 쳐다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야 사회복지를 하면서 복음을 실천하고 거기다 생활비까지 벌 수 있는 축복을 받았지만 교우님들은 각자 맡은 일을 하시면서 주변의 소외받은 예수님까지 챙겨야 하시니 더욱 어려우실 겁니다. 그래도 그분이 천상에서 심판받을 때 예수님이실 수 있으니 우리는 특별히 소외받고 고통받고 버림받은 분에게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합니다. 바로 그분들이 ‘진정한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정민제rn(안드레아·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