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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시민이 노래하는 한반도 평화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4-09 수정일 2019-04-09 발행일 2019-04-14 제 314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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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지도자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향후 정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분석을 들으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약 10년 전쯤 크게 히트했던 ‘타짜’라는 영화가 그것이다. 도박 기술자인 타짜들은 자신의 손기술로 상대방을 속이거나, 속이는 상대방을 잡아내 승부의 끝을 본다. 만일 북미 정상회담이 두 타짜들의 승부였다면, 지난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한 사람은 타짜의 유명한 이 대사를 속으로 되뇌지 않았을까?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그런데 정말 두 지도자의 선택이 북미 관계의 결정적 변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까?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는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을 더해 생각하더라도 지도자들의 손기술(?)에 의해 한반도 평화, 더 나아가 세계 평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만일 그렇게 평화가 구축될 수 있다면, 그 평화는 지도자들(혹은 후임자들)의 관계가 어긋난다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에는 영화 ‘타짜’가 아니라 영화 ‘레 미제라블’이 더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다. 200여 년 전 프랑스 시민들이 함께 바리케이드를 넘어 ‘자유와 인권’을 노래했듯이, ‘Do you hear the people sing?’(사람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나요?)이라는 영화의 노래 가사를 떠올리면서 우리 시민들이 함께 ‘한반도의 분단 장벽’이라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를 노래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세계 시민들이 연대해 ‘한반도 평화’의 길이 ‘세계 평화’를 향한 지름길이라고 함께 노래할 때 ‘항구적 평화’의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뜻에서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이 되는 4월 27일,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개최하는 행사들이 있다. 먼저 4월 27일 14시27분, ‘DMZ 평화 인간띠 잇기’ 행사가 열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손잡고 한반도 평화를 노래하는 행사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6시30분부터 ‘한반도생명평화국제연대’가 주최하는 ‘한반도 평화 콘서트’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예정돼 있다. 이 콘서트에서 국내외를 망라한 세계 시민들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국제적 서명운동의 성과를 모아, 오는 9월 개막하는 유엔(UN)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 선언’을 채택할 것과 항구적 한반도 평화의 길에 유엔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루카 1,79)을 믿고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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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프란치스코)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