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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정민제

정민제rn(안드레아·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
입력일 2019-04-23 수정일 2019-04-23 발행일 2019-04-28 제 314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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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15,13)
우리 어르신의 가정환경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많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경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사람은 어릴 적 부모님의 불화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사람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새어머니에게 키워졌다가 막냇동생이 생기면서 사랑이 막냇동생에게 집중돼 ‘방임’으로 아동학대를 당했습니다. 홀로 식사를 챙겨야 했고 빨래, 도시락 싸기, 청소 등을 직접 챙겨야 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등록금을 낼 수 없어 새벽 4시에 신문을 돌려 등록금을 해결하거나 학교 선생님이 등록금을 대신 내주는 등 주변사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 고등학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의 고통으로 인해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런 ‘공황장애’를 겪어서 1년간 학교를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친구들이 들어간 ‘서울대’가 아닌 지방 국립대를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대학병원 정신과에도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주변 신부님의 도움과 친어머니의 도움으로 그나마 대학을 마치고 공황장애에 대한 치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사람은 아마도 길거리의 노숙인이 되었거나 폐인으로 살았을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변 신부님과 친어머니의 정신적 지지와 물질적 도움으로 이 사람은 공황장애 환자 약 3500명을 돌보는 온라인 카페와 밴드의 운영자이자, 저소득 독거노인 100명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사로 성장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저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제가 주변 신부님과 친어머니의 정신적·물질적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돈이 없어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고 ‘공황장애’를 치료받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돕는 어르신의 삶과 별다르지 않게 생활했을 겁니다. 가장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 주신 신부님과 친어머니가 계셨기에 저는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라는 말씀처럼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 손을 내밀어 주셔야 합니다. 그 손길 한 번에 그분의 삶이 180도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사랑받은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음’을 많이 느낍니다. 여러분도 친구가 손을 내밀 때 잡아주세요. 그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고, 그의 삶을 180도 변화시키실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친구의 손을 잡아 주었던 20대 초반 때 친구였던, 최영균 신부님(호계동본당 주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신부님을 위해 저도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정민제rn(안드레아·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