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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한국전쟁 70년, 휴전에서 평화로!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4-23 수정일 2019-04-23 발행일 2019-04-28 제 314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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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미국은 대북 제재 완화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 이후에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천명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 및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의 제재가 서슬 퍼렇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가 적극적, 능동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나서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으로 인해 남북 경제 협력에 나서는 기업과 그를 지원하는 기업, 단체 및 금융 기관 모두가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더라도 미국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것일까?

남북 경제협력은 단지 한반도 평화를 보완해 주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다.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미래 발전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차원의 전략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남북 경제 협력을 위해 필수적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를 이야기할 때 선결적 과제가 있다. 국제사회가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의 변화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제평화 운동을 하는 한국 활동가가 미국의 유력 야당 지도자인 샌더스 의원을 만났을 때, 한국 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 대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변화가 나타났다는 말에 매우 놀라는 것을 보고, 국제사회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의 두 당사자 중 하나인 한국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알리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내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지만 한국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일시 정지된 상태다. 따라서 국제사회에 한반도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전쟁 70년, 휴전에서 평화로!’와 같은 구호를 내거는 국제적 캠페인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글로벌 시민사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국제적 여론이 형성된다면, 북한과 미국의 정부 차원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 내는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동시에 대북 제재를 결의한 UN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캠페인이 성공해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고조되더라도, 북한과 미국 정부를 전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와 같은 믿음이 있다면 한번 해보자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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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