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노년의 마음

강병순(아우구스티노·마산교구 고성본당 상리공소)
입력일 2019-04-30 수정일 2019-05-02 발행일 2019-05-05 제 314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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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서 요즘은 한해가 하루처럼 흘러간다. 무심한 세월은 화살과 같이 빨라 팔순을 넘긴 인생 황혼을 맞았다.

우리의 삶을 한 줄로 쓰면 결국 나서, 살고, 죽는 것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가 코앞에 왔다지만 운동이나 현대 의학, 취미생활로 물리적인 나이는 어느 정도 연장할 수 있을지언정 이승의 마지막인 죽음은 생자필멸이라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숙명이다.

해서 성경에서도 ‘그러니 깨어 있으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4,42)라고 적혀 있다. 현실은 잘 먹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처럼 되어 우리 사회는 지금 웰빙의 병을 앓고 있다. 모두가 죽음은 나에게는 예외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지나온 삶보다 여생이 짧은 듯 ‘늙음과 죽음’을 자주 묵상하게 된다. 헌헌하고 다정했던 동창 친구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한 사람 한 사람 세상을 뜨는 것을 보며 참으로 마음이 헛헛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나이 들어 노년이 되면 젊을 때와 달리 등도 굽어지고 어눌한 말씨에 순발력도 떨어져 걸음걸이도 점점 느리게 걷게 된다. 이는 저녁 무렵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듯 저물어가고 있는 징조이리라. 노년의 행복과 영성은 늙음과 죽음까지 모든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온다고 하였다.

어느 시인이 노년의 삶을 ‘연옥의 봄’이라고 표현했듯이, 이제는 노욕의 주머니를 한 둘 내려놓고 모두를 사랑하고 용서하며 노년의 영성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항상 건강을 주심에,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하심(下心)으로 참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려는 소망을 묵상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강병순(아우구스티노·마산교구 고성본당 상리공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