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조철희 신부(하)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04-30 수정일 2019-04-30 발행일 2019-05-05 제 3143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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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로 살다 죽는 것이 가장 큰 은총
■ 갈림없는 마음

-“우리를 불러주신 주님께 갈림없는 마음으로”

‘갈림없는 마음’을 들으면 묵주를 들고 조용히 길을 걸어가는 사제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외로이 걸어가는 그 모습에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 봉헌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됐다. 사제여서 만들 수 있었고 사제여서 부를 수 있는 ‘갈림없는 마음’은 조철희 신부(춘천교구 만천본당 주임)의 작품이다.

조 신부는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은총은 ‘사제로 죽는 것’이라 전했다.

“사제로 살다가 사제로 죽는다면 그것이 가장 큰 은총이고 기적이라는 생각에서 ‘갈림없는 마음’을 만들었습니다. 사제품을 받을 때 수품자들은 제대 앞에 엎드립니다. 그때 세상에서의 나는 사라지고 갈림없는 마음으로 오직 주님께만 매여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때 그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첫 마음을 끝까지 간직하자는 다짐을 성가에 담았습니다.”

사제도 유혹에 흔들리고 때로는 지쳐 주저앉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신자들의 기도와 사제단의 일치, 형제애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힘들어하는 모든 사제에게 이 성가를 전하고 싶었어요. 넘어질 수도 있고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셨으니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갈림없는 마음으로 이 길을 끝까지 함께 가자는 고백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성모통고가

-“당신의 아들 예수 십자가 길을 나도 따라 갈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사순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조 신부는 그 답을 ‘십자가의 길’에서 찾았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칠 때 각 처를 넘어가면서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하며 기도를 바칩니다. 그 기도처럼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 죽음과 부활을 묵상할 때 가장 깊이 느끼고 체험하고 싶다면 성모님의 시선을 따라 기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 묵상이 담겨 있는 성가가 ‘성모통고가’입니다.”

조 신부의 1집 ‘주님의 숨 나의 쉼’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사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조 신부의 강한 결심이 담겨 있는 음반이다. 마치 ‘성모통고가’의 마지막 고백처럼 말이다.

“‘당신의 아들 예수 십자가 길을 나도 따라 갈 수 있도록’은 제 고백입니다. 사제생활을 하면서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예수님의 십자가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