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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지상에서 천국을 만들기를 기원합니다 / 정민제

정민제rn(안드레아·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
입력일 2019-05-07 수정일 2019-05-07 발행일 2019-05-12 제 314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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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큰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성에도 맞아야 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에 사명감이 있지 않는 한 장기간 근속하기 어려운 직업입니다. 그래서 오래 근무하신 선배 사회복지사를 뵈면 존경을 하게 됩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극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한국 온 지 한 달 된 아프리카 청년이 손이 잘려 병원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친부모로부터 망치 등으로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를 구출하기도 하고 그 아이가 입원치료를 받는데 간병인이 없어서 간병인 역할을 하느라 주일을 병원에서 보내기도 합니다. 노숙인이 아파서 쓰러지면 병원에 입원시켜주고 돈이 없으면 어떤 자원을 연결해서라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부모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친구를 취업시키기 위해 일자리를 의뢰하고, 같이 그분들과 함께 일하기도 하고, 독거 어르신 댁에 화재가 나면 화재로 인한 치료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돕는 등의 일들이 저희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입니다.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는 분들의 대변자이자 보호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저의 일상이며 그 일을 하는데 사회복지학적인 다양한 이론, 기술, 경험, 고민, 행정적 업무 능력 등을 습득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냥 돕기만 하면 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분들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그분의 욕구를 효율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충족하고 그 후 사후 관리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하기에 단기간에 배울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회복지가 발전하면서 그에 따른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가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적 역량을 가진 사회복지사가 양성돼야 합니다.

우리는 선택의 순간이 많습니다. 저희의 작은 결정 하나가 클라이언트의 일생을 바꿀 수도 있기에 그 선택은 정말 중요한 결정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가톨릭의 사회복지에서 그 결정은 단순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중 계명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28-34)는 성경의 말씀대로 행하면 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또 추상적인 이야기가 되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은 명료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 앞에는 어떤 이론, 기술, 경험, 고민, 행정적 업무 능력 등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우리는 그저 그분의 말씀대로 가장 보잘것없는 이를 예수로 생각하고, 예수님의 눈으로 그분들을 바라본다면 어떠한 어려움과 환경에서도 우리의 신앙도 지키면서 ‘지상에서 천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지상에서 천국을 만들기를 기원합니다.

<끝>

정민제rn(안드레아·우만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