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서울 갈현동본당 군종후원회, 30사단 안드레아성당서 봉사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9-05-07 수정일 2019-05-07 발행일 2019-05-12 제 3144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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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찾고 싶은 성당, 우리가 만들어요”
성당 주변 환경 정비는 물론
직접 간식 만드는 정성으로
병사들 마음 사로잡으려 노력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서울 갈현동본당 지회 김춘녀 총무(왼쪽) 등 회원들이 4월 27일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 비호부대 안드레아성당 마당에 설치된 임시조리실에서 병사들을 위한 간식을 만들고 있다

경기도 고양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 비호부대 영내에 자리한 안드레아성당(공소)이 오랜만에 북적였다.

4월 27일 오후 7시 토요일 저녁 주일미사를 앞두고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서울 갈현동본당 지회(이하 갈현동본당 지회) 이추연(소피아·53) 지회장과 김춘녀(리오바·60) 총무 등 회원들과 같은 본당 레지오 마리애 ‘애덕의 모후’ 꾸리아 백승재(안셀모·62) 단장을 비롯한 남성 회원 7명이 일찌감치 안드레아성당을 찾았다.

갈현동본당 지회 회원들은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0사단 필승본당(주임 박양신 신부) 대건성당(공소) 주일미사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부대 개편과 함께 올 초부터 안드레아성당에서 새로운 병사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안드레아성당은 30사단 비호부대와 인근 다른 육군 부대 병사들이 힘든 부대생활 중에도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는 곳이다.

이날 갈현동본당 지회 회원들은 병사들을 위해 손수 특별한 간식으로 양념 치킨 50인분을 준비했다. 최근 안드레아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병사들이 평균 10명 남짓이지만 갈현동본당 지회 회원들은 미사에 50명은 올 것이라 믿고 주중에 50인분 재료를 시장에서 구입했다.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 필승본당 신자들과 비호부대 병사들,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서울 갈현동본당 지회 회원 등이 안드레아성당에서 4월 27일 토요일 저녁 주일미사 봉헌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군부대 공소다 보니 조리실이 따로 없는 데다 수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갈현동본당 지회 회원들은 성당 앞 마당 천막에 임시 조리실을 꾸리고 양념 치킨을 튀겼다. 여러 모로 불편했지만 ‘병사들이 맛있게 먹고 또 성당을 찾아오겠지’라는 기대에 조리하는 마음이 뿌듯했다.

백승재 단장 등 ‘애덕의 모후’ 단원들은 안드레아성당 환경 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예초기를 메고 마스크를 한 모습으로 성당 주변 잡초를 깎기도 하고 성모상 둘레에 꽃잔디를 심기 위해 땅을 고르는 작업도 진행했다. 병사들이 찾고 싶어 하는 안드레아성당을 가꾸겠다는 소망이 담겨 있었다. 미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필승본당 공소분과장 이돈태(라우렌시오) 중령과 성모회 회원들 그리고 미사를 드리려는 병사들도 속속 도착했다.

이돈태 중령은 “30사단 내 3개 공소 중 안드레아성당만 유일하게 2009년 3월 독립된 성당 건물로 봉헌됐고 다른 공소들은 부대 시설을 개보수해 사용했기 때문에 안드레아성당은 30사단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양신 신부도 “30사단 부대 개편에 의해 앞으로 성당 시설도 변화를 겪게 되지만 안드레아성당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안드레아성당이 30사단의 부대 정신과 신앙을 잇는 곳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레아성당에서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병사들과 필승본당 신자들, 갈현동본당 지회 회원과 꾸리아 단원 등 모두 50여 명이 참례했다. 박 신부는 “제가 부임 후 안드레아성당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미사 드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성당 옆 면회실로 자리를 옮겨 정성이 듬뿍 담긴 양념 치킨을 함께 먹었다. 박 신부는 “군종후원회 회원들이 군 신자들을 위해 영적 기도와 물적 후원으로 돕는 것도 큰 몫이지만 성당에 직접 찾아와 병사들을 위로, 격려하면서 감성적 부분을 채워주는 활동에 늘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사 후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서울 갈현동본당 지회 회원들이 손수 준비한 간식을 먹는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 비호부대 병사들.

◆ 이추연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서울 갈현동본당 지회장

“봉사 아닌 봉헌이라 여기며 활동하죠”

이추연(소피아·53)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서울 갈현동본당(주임 김재영 신부) 지회장은 병사들을 위해 변함없이 봉사하는 이유를 묻자 “봉사가 아니라 봉헌이라 여긴다”며 “지금 하는 일에 말뚝을 박겠다”고 말했다.

이추연 지회장은 갈현동본당 군종후원회 회원들과 함께 2014년부터 경기도 고양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 대건성당(공소)을 매주 찾아 주일미사에 참례한 병사들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축일과 생일을 축하하는 등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 국방 개혁의 흐름 속에 30사단 부대 개편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말 대건성당 운영이 중단되자 올 초부터 30사단 비호부대 안드레아성당(공소)으로 장소를 옮겨 단 한 명의 병사라도 더 신앙으로 이끌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추연 회장은 “예전과 달리 미사 참례자 수가 20명 이하로 많이 줄었다”면서도 “병사들에게 군종후원회 회원들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모든 병사들이 군복무 중 ‘1인 1종교’ 정책에 의해 신앙생활을 요청받았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신앙생활을 원하는 인원들만 성당에 나오도록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 미사 참례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 회장은 “안드레아성당에서 새롭게 만난 병사들이 처음에는 군종후원회원들을 낯설어 했지만 서서히 서로 마음을 열어 지금은 미사를 봉헌한 병사들이 운전병이나 선임탑승자, 같은 생활관 동료 병사들의 간식까지 챙겨서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주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는 외에 분기별로 특별한 간식을 직접 조리해 병사들에게 선사하고 제대 꽃꽂이 꾸미기와 제대포 세탁도 하고 있다”며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후원금을 내 주시는 신자들에게 늘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