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20. 어린이의 권리와 존엄 (「간추린 사회교리」 244~245항)

이주형 신부rn(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9-05-14 수정일 2019-05-14 발행일 2019-05-19 제 314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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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차별받는 사회에는 희망도 미래도 없다
보호와 배려 받아야 할 어린이
‘어른들 행복권 침해’라는 오해로 원천적 차별 받는 것은 인권침해
사회 구성원으로 권리 존중돼야

마리아: 신부님, 요즘 ‘노키즈존’(No-Kids Zone, 아동 출입제한구역)이 너무나 많아서 애들과 함께 갈 곳이 별로 없어요. 너무 걱정입니다.

이 신부: 아, 그렇군요!

마리아: 아이들이 실례를 끼치는 것은 참 미안하고 저희도 부모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원천적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너무 아쉽습니다.

이 신부: 아, 안타깝습니다!

■ 노키즈존, 시대의 산물인가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 논란이 심각해졌습니다. 사업주들은 어린이 손님으로 인한 사고, 소란, 다른 고객의 피해나 배상 문제 때문에 노키즈존을 운영합니다. 노키즈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린이들 때문에 고객으로서 권리가 침해된다고 합니다. 비슷하게 ‘노유스존’(No-Youth Zone, 19세 미만 출입금지가 아니라, 청소년이 들어갈 수 있음에도 무조건 받지 않는 곳)도 생겼습니다. 노키즈존을 시대의 산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1인가구의 급증, 스마트폰과 개인문화의 확산, 저출산, 혼인감소로 어린이 수가 감소하고 어린이를 겪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린이를 불편해 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입니다. 2017년 11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권고사항이지만 노키즈존을 어린이에 대한 차별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노키즈존 문제의 핵심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다. 공공장소에서 책임의식이 결여된 부모의 행동을 이유로 어린이를 원천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이며 인종차별·성차별과 다르지 않다.

■ 권리의 충돌과 성숙함의 부재

그러나 노키즈존 문제의 핵심은 어린이가 아닙니다. 어린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문제입니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이들은 어린이들로 인해 자신들의 권리와 행복권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노키즈존을 반대하는 부모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더 우선시합니다. 그런데 이런 권리들은 조율되고 배려돼야 하는 것이지 서로 비난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자녀들이 실수할 때 그것을 방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책임의식이 결여된 처사입니다. 노키즈존을 맹목적으로 찬성하는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와 가정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사고입니다. 자신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는데 정작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고 차별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이며 인종차별, 성차별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 적극적으로 보호돼야 할 어린이의 권리와 존엄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가정의 중심이며 사회와 교회의 미래입니다. 차별을 받았던 어린이가 훗날 성인이 돼 노인들을 차별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입니까? 그러나 사회로부터 사랑을 받은 어린이는 자신이 받은 사랑의 몇 배를 더 나눌 것입니다. 노키즈존 현상을 보며 가장 먼저 우리사회의 성숙한 인식과 상호 배려하는 마음,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교리는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고자 합니다. 그 문명이란 약자가 보호받는 문명입니다. 우리보다 약한 어린이도 사회와 어른으로부터 더 특별한 보호와 관심, 배려를 받아야 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44~245항). 어리고 약한 어린이들을 차별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어린이들이 당신께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마르 10,14) 어린이가 차별받는 사회는 희망과 미래가 없는 사회입니다. 우리 어른들의 각성과 회심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특별한 관심이 자녀에게 집중되고, 그들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존중과, 그들의 권리에 대한 지대한 존경과 관심이 발전되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자녀에게 해당하지만, 자녀가 어릴수록 그 요청은 더욱 절실하다.”(「간추린 사회교리」 244항)

이주형 신부rn(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