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절박한 한반도 평화의 때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5-21 수정일 2019-05-21 발행일 2019-05-26 제 314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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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6월 말에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방한 일정은 6월 28일과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 뒤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초청 의사를 밝혔을 때에는 방한 일정이 5월 중에 잡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 달 넘게 순연된 것이다. 이번에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한미 동맹 강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노딜’로 끝난 이후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면서 연말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말 그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초지일관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북미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현재 북미 간, 남북 간 대화의 끈이 사라진 듯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6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화란 쌍방이 합의해야 가능할 것이기에 북한의 태도가 변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요구와 미국의 요구의 접점을 형성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이 원하는 것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라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안전 보장)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게 CVIG를 제공하면서 CVID에 동의할 것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교수가 북한에 대한 UN의 제재 레짐(Regime·관리체제)을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 레짐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방안의 현실적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상상력과,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구체적 방안 마련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코헬 3,1)고 했다. 지금부터 연말까지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라는 말씀처럼 깨어 있어야 한다. 지금 깨어 있는다는 것은 우리 정부도, 한반도 평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민간단체들도, 또 우리 모든 국민들도 모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자기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미국도, 북한도 조금씩 양보하게 하고, 북미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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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