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아는 만큼 보인다] 22. 나의 기원과 존재 이유 (「가톨릭 교회 교리서」 279~289항)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19-05-28 수정일 2019-05-28 발행일 2019-06-02 제 314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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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에 관한 교리교육은 자녀에게 빛을 주는 일
내가 생겨난 이유·기원 알아야 진정한 삶의 의미 찾을 수 있어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교육
행동방식 의미와 방향 결정

정신분석학자인 이무석 교수가 군의관을 하고 있을 때 끊임없이 배를 칼로 그어 자해를 하는 병사를 만났다고 합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냐고 물었더니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살아있는 건지 꿈을 꾸는 건지도 구분이 안 가요. 마치 우주에 붕 떠 있는 느낌입니다. 배를 그어 붉은 피가 치솟으면 비로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사람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면 그것만큼 큰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할 때 또한 동시에 자신이 어디서 생겨났는지를 궁금해 합니다. 어머니는 이런 질문에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면 자녀들은 안심합니다. 부모님이 자신이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의 해답을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부모의 그 말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들도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신들을 낳기는 하였으되, 없는 눈을 다시 넣어줄 수도, 잃은 생명을 되찾아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때 자녀가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시기에 창조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칫 잘못된 곳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상한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행동을 하고, 심하면 사이비 종교에 빠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돈만 버는 게 삶의 의미인양 일만 하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데 그것을 믿어버리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생존하려면 다른 생명을 먹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달리는 차를 보면서는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그 차를 만들고 운전하는 인간은 저절로 생겨났다고 말하는 진화론을 믿는 것만큼 어리석인 일이 없습니다.

그리스도가 창조자로부터 파견된 ‘세상의 빛’이라는 사실을 믿으면 더 이상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고 참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래서 “창조에 관한 교리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282항) 창조는 나의 기원을 말해주고 내 존재이유를 밝혀줍니다. 삶이 단순한 생존의 목적만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내가 생겨난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만 합니다. 하느님은 세상 “모든 것을 만든 장인”(지혜 7,21)이십니다. 부모는 참 창조자의 자리를 솔직하게 하느님께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가 온전한 존재의 이유를 찾고 창조주의 뜻대로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세상의 ‘빛’이라고 하시며(요한 8,12 참조) 당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신다고(요한 8,14 참조) 하십니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부모도 자녀의 몸과 생명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창조주 하느님이나 그분이 파견하신 분뿐입니다. 가장 완벽하게 인간의 존재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마더 데레사가 한 빈민굴에 들어갔을 때 알코올 중독인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의 집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고 대낮인데도 방은 어두웠습니다. 수녀님은 등을 찾아 불을 켰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불을 왜 키느냐며 꺼버렸습니다. 수녀님이 불을 계속 키자 청년은 등불을 창문 밖으로 던져 깨버렸습니다. 수녀님은 새 등불을 사와 불을 켜 놓고 돌아갔습니다.

10여 년 뒤, 다른 수녀님이 그 빈민굴에 갔다가 그 청년을 만났습니다. 청년의 집은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고 청년은 건전하게 살며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청년이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 이런 말을 전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당신께서 켜 주신 등불이 아직도 제 삶 안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창조자로부터 파견 받은 ‘세상의 빛’이심을 믿으면 더 이상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고 참 삶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창조자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알려주신 인간의 기원과 목적에 관한 교리교육은 인간의 삶과 행동방식의 의미와 방향을 결정짓습니다.(282항 참조) 왜 존재하는지 모르고 사는 것만큼 어두운 삶은 없습니다.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