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종교구 화랑대본당 선승성당(공소) 서홍택 회장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9-06-03 수정일 2019-06-05 발행일 2019-06-09 제 314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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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회장·사무장·군종병까지 ‘1인 3역’ 봉사
현역 시절에도 전교·봉사 앞장
군종신부의 사목 협조 요청에 전역 후에도 계속 봉사 이어와
미사 준비·뒷정리와 간식까지
부부 함께 성당 모든 일 도맡아

서홍택 회장은 “내가 믿는 하느님을 다른 군인들도 믿기를 원하기 때문에 선승성당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군종교구 화랑대본당(주임 정한시 신부) 소속 경기도 남양주 선승성당(공소) 서홍택(요셉·67) 회장은 모든 생활이 선승성당 사목 일정에 맞춰져 있다.

서홍택 회장은 예비역 육군 대령 출신으로 33년간 현역 복무 기간 중 군사목에 바친 열정이 그야말로 대단하다. 육군 제3사관학교 7기생으로 1971년 1월 입교해 힘들고 바쁜 생도 생활 중에도 주일미사 복사를 섰고 1972년 12월 임관을 앞두고는 동기생 100여 명이 영세하는 데 한 알의 밀알이 됐다. 중령에서 대령 시절 육군 보병학교 상무대본당 사목회장으로 일할 때는 보병학교에서 훈련받는 초급 장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신앙으로 인도하려고 갖은 애를 썼다. 1987년 파주에서 기계화보병대대장으로 복무할 당시에는 군종병 자리가 없어 소총수로 배치된 현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당시 신학생)에게 군종병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각별한 인연도 있다.

서 회장은 지금은 선승(先勝)성당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정성을 다 바치는 중이다. 과거 선승성당은 육군 제71보병사단 사목을 담당하던 곳으로 선승성당에는 사목회와 성모회도 있었다. 주일미사에는 100명이 넘는 장병들이 참례할 정도의 본당급 공동체였다. 그러나 제71사단이 2016년 11월 말 해체되면서 대부분의 부대가 타 지역으로 떠나가고 소규모 부대로 개편되자 선승성당을 찾는 신자 장병 수는 1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서 회장이 선승성당 회장을 맡은 것도 제71사단이 해체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힘든 역할을 짊어진 것이다.

서 회장이 선승성당을 바라보는 마음은 애틋하다. 선승성당 앞마당에 세워진 제71사단 창설과 해체 연혁이 적힌 표지석을 볼 때마다 옛 향수에 젖곤 한다. 1997년 71사단에서 연대장으로 복무했고 1999년에는 참모장으로 다시 봉직했기 때문이다.

1997년 군종교구 화랑대본당으로 교적을 옮긴 서 회장은 2003년 7월 30일 33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하면서 민간본당으로 교적을 옮기려 했지만 군사목을 계속 도와 달라는 군종신부들의 요청으로 아직 교적을 화랑대본당에 두고 있다.

서 회장은 선승성당 주일미사가 봉헌되는 주일 오전 9시 훨씬 이전부터 주일미사 준비에 들어간다. 아내인 조은자(요세피나·64)씨의 공로도 절대적이다. 주일미사에 온 병사들에게 줄 간식거리는 금요일에 미리 준비한다. 주로 빵과 머핀, 음료수 등이다.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 성모 승천 대축일 등에는 손수 시루떡을 하고 과일도 챙긴다.

6월 2일 군종교구 선승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한 정한시 신부와 병사들이 제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한시 신부 제공

주일 당일에는 서울 공릉동 자택에서 자가용으로 일찌감치 아내와 출발해 오전 7시50분 즈음 선승성당에 도착한다. 선승성당 주일미사에는 군인 신자 외에도 민간성당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먼 주변 어르신 신자들과 수도자 50여 명도 꾸준히 참례하다 보니 이들에게 미사 후 차를 대접하기 위해 아내가 자가용에 물을 싣고 오고 있다. 성당에 급수 시설이 미비한 탓이다.

미사 시작 전 마이크와 앰프를 연결하고 성가 번호를 표시하고, 가톨릭신문 등 교계신문과 주보를 제 위치에 비치하는 것 역시 서 회장의 몫이다. 미사가 끝나면 병사들에게 1인분씩 포장한 간식을 나눠주고 민간인 신자들에게는 성당 마당에 탁자를 설치해 차 한 잔씩을 끓여 준다. 성당 근처 부대 위병소 병사들에게도 간식을 가져다 줄 때도 있다. 모든 신자들이 떠나가면 전기와 냉난방 시설을 확인하고 문단속까지 확인한다. 서 회장의 손길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일 봉헌금을 정리해 월요일에 은행에 입금하고 금전출납부를 기록한다. 성당 살림을 하면서 지출한 금액은 영수증 처리를 꼼꼼히 한다. 서 회장 부부가 공소회장은 물론 사무장과 군종병 역할까지 1인 3역 이상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 회장은 “군종신부님을 도와 선승성당을 찾는 군인 신자들이 지금보다는 늘어나도록 앞으로도 공소회장 봉사에 임할 생각”이라며 “전역 후에도 군성당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확실히 믿고 내가 믿는 하느님을 다른 군인들도 믿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일에도 수시로 선승성당 건물을 정비하고 청소를 하시는 이해룡(바오로·80) 어르신과 병사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며 봉사하시는 김정옥(요안나) 선교사가 저희 부부와 협력해 공동체에 큰 힘이 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군종교구 화랑대본당 소속 경기도 남양주 선승성당(공소) 전경.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