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기적을 베풀어주신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김년웅(바오로·인천교구 병원사목부 선교사)
입력일 2019-06-11 수정일 2019-06-11 발행일 2019-06-16 제 314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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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장애로 동네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십시오” 해서 큰 병원으로 갔습니다. 조직검사 결과는 종양. 전립선암 3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까” 하고 여쭸더니 수술과 방사선과 항암, 세 가지 치료법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중 어느 것이 안전합니까” 하고 물었더니, 수술이 안전하긴 한데 후유증이 있어서 2년 정도 요실금 증상으로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치료가 된다는 것은 기뻤지만,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몹시 우울했습니다. 작업복을 입는 세속일이야 기저귀를 한 채로 일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선교를 할 때는 양복을 입어 왔기에 기저귀를 찬 채로 양복을 입고 선교하러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선교를 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나는 이제 주님의 일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너무나 슬펐습니다.

30여 년간 병원 선교를 하며 여러 병원을 찾아가 보면,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 육신의 병과 함께 영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하느님을 떠나 냉담 중에 있는 신자들, 천주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나와 같은 선교사들이 필요하다 느꼈고, 그 때문에 10년은 더 병원 선교를 하고 싶었는데…. 10년 후면 내 나이 85세, 그때엔 예수님께서도 은퇴를 허락해주실 것인데…. 복잡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주일에 성당에 가서 주보를 받았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주보 사이 간지에 인천○○병원에 국내 최초로 꿈의 방사선 치료기가 도입됐고, 후유증 없이 평상시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 하루 30분 정도 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선교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성당에서 만난 기적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주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시어 주님의 일을 더 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기뻤습니다. 그렇게 병원을 찾았고 입원도 필요 없이 치료를 받으며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후 저는 가방에서 빼 두었던 선교책을 다시 넣고 예전처럼 병원에 다니며 선교와 원목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 특히 주님의 일을 하시는 귀한 봉사자님들!

인생 살다 보면 어렵고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주님의 일을 놓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주님께서는 손을 펼쳐 도움의 손길을 내미시는 것 같습니다.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하는 2달 동안 주님의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것은 30년간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병원으로 복음을 전하러 다닌 저에게 주님께서 주신 특별휴가가 아닐까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저를 구해주신 하느님과 성모님께 찬미 드립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김년웅(바오로·인천교구 병원사목부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