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가톨릭 신앙으로의 부르심’ / 추준호

추준호rn(예레미야·찬양 크루 ‘열일곱이다’ 기획팀장)
입력일 2019-06-18 수정일 2019-06-18 발행일 2019-06-23 제 315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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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나를 부르시어 당신 말씀 내려주시고, 나를 지으시기 전부터 나를 뽑아 세우셨네.” 생활성가 찬양 크루 ‘열일곱이다’에서 지난 5월에 발표한 ‘소명’이라는 노래의 도입부다. 내가 작사한 이 곡은 내 주보성인인 예레미야 예언자의 이야기이자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종교가 없는 집안에서 자란 나는 2011년 공군에 입대해 훈련소에서 처음으로 성당에 가게 됐다. 성당을 선택한 이유는 어릴 때 친구 따라 교회나 절에는 가봤지만 성당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힘든 훈련병 시기에 미사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뒤로도 매주 훈련소 성당에서 주일 미사를 드리며 가톨릭 신앙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강릉비행단으로 자대배치를 받은 후에도 왠지 모르게 주일에 생활관에서 쉬고 싶은 마음보다 성당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부대가 넓어 성당까지의 거리가 꽤 멀었지만, 폭염이 내리는 날에는 땀에, 폭우가 내리는 날에는 빗물에 흠뻑 젖은 채 매주 성당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참 이상했다. 그 전까지 이성만을 철저히 믿어온 내가, 세상에 신은 없다며 신앙생활 하는 사람들에게 코웃음을 날리던 내가 열심히 성당에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급사회임에도 성당에서는 대대장님이 이등병처럼 허겁지겁 밥을 드시고는 제일 먼저 부엌에 들어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도 낯설었다. 그 전까지 세상에서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게 행복이라고 믿었던 내가, 어느새 예수님 닮은 바보로 살아가는 게 더 큰 행복임을 점차 깨달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주님께서 내 마음을 장악해가고 계셨다.

2011년 9월 25일, 부대 내 성당에서 세례식이 열렸다. “나 예레미야 할게!” 군종병 친구가 포스트잇에 적어준 여러 세례명 중에 가장 멋있어 보이는 하나를 골랐다. 그렇게 세례초를 받아들고 히죽히죽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뜨내기 신자 한 명이 탄생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절절한 순명의 삶을 살다 간 나의 주보 예레미야 성인의 전구를 통해 주님께서 새로운 성가를 나에게 내려주셨다. 단지 멋있다는 이유로 예레미야라는 이름을 선택한 바보같은 나에게 말이다.

이처럼 주님께서는 언제나 부족한 나를 부르셨고, 나는 늦게야 그분의 음성에 작은 응답을 드렸다. 내 작은 응답이 그분 앞에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주님께서 그 조차도 귀하게 여겨주심에 감사드린다.

“주님, 당신은 제 찬양을 받으실 분이십니다.”(예레 17,14)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추준호rn(예레미야·찬양 크루 ‘열일곱이다’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