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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 정착과 북한의 체제 안전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6-25 수정일 2019-06-25 발행일 2019-06-30 제 315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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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21일, 중국 시진핑 주석이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작년 북중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소위 ‘차이나 패씽’(China Passing, 중국 소외)을 염려한 중국과 비핵화로 인한 체제 안전 보장을 염려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북중 간에 긴밀한 협력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올해 갑작스럽게 발표된 북중 정상회담은 6월 말로 예정된 G20 회합에서 성사될 것으로 예측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으로 대표되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희망적 예측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해 미중 무역전쟁에서 대미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중국과 교착 상태의 북미 협상 모멘텀(동력)을 다시 확보하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에 성사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북미 협상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있다면, 그리고 그 제안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면 이제 한반도 평화를 향한 국제정치 메커니즘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형태가 형성될 것 같다. 이제까지는 북미 간에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정상들끼리의 직접 협상이었으며, 한국의 중재를 바탕으로 북미 간 협상 교착을 풀 돌파구를 만들었다면, 향후에는 고비고비마다 중국의 역할이 부각될 것 같다. 물론 미국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가 여전히 관건이 될 것이지만 이제 남북미 관계가 남북미중의 관계로 공식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도 자신들의 이해관계 관철을 위한 방안을 찾고자 할 것이다. 물론 미국을 움직일 수 없다면 현재의 교착 상태는 계속될 것이다.

이란에 대한 공격 명령을 전격적으로 취소한 데에서 나타나듯이 전쟁에 대한 계산법이 미국 주류 정치권과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미 협상이 타결돼야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 역시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6월 말 G20 회합 이후 한국에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러한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율하는 것이 북한에게도 효과적인 대화법이 될 것이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이사 11,6-8)는 말씀처럼 한반도 평화는 북한과 미국의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즉 북한의 진정한 체제 안전 보장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서 비롯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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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프란치스코)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