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님 첫 발 닿은 곳 자부심만큼 신앙열정도 크죠” 지역 어르신 목욕 봉사 등 이웃 사랑 실천에 한마음 함께 밭 일구며 공소 운영
이국적인 풍경, 천혜의 섬 제주.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지만 아직은 관광지로 여겨지지 않아 천만다행인, 보석 같은 바다가 있다. 제주 서쪽 한경면 ‘성 김대건 해안로’ 6㎞가량 되는 바닷가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제주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띈다. 그 끄트머리 김대건 신부가 처음으로 조선 땅에 발을 디딘 포구, 처음으로 미사를 봉헌한 땅이 놓여 있다. 지금은 깔끔하게 개발이 된 용수성지, 그곳을 신심이 돈독한 용수공소의 신앙 공동체가 지키고 있다. 용수공소는 제주교구에서 3번째로 설립된 한경면 신창본당(주임 정필종 신부) 관할이면서 성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관이 들어서 있는 용수성지(담당 허승조 신부) 안에 자리잡고 있다.
# 공소 설립 70주년을 보내며
용수공소는 두 달 뒤인 9월이면 설립 70주년을 맞는다. 거창하고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성 김대건 신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더 충실한 신앙생활을 해 나가기 위한 기도운동을 펼치고 있다. 공소 설립 후 지금까지 돌봐 주신 하느님과 은인들에 대한 감사기도, 설립 70주년의 의미와 뜻을 되새기기 위한 9일 기도운동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공소 신자들의 생업은 주로 농사다. 양파, 감자, 마늘, 콜라비 등등 안 짓는 농사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이모작, 삼모작을 짓느라 일년 내내 바쁘다. 오 선교사는 “신자들이 모두 바쁜 생활을 하지만 결코 주일을 소홀히 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며 “신앙 생활의 여러 가지 의무와 계명들을 철저할 정도로 지켜 나간다”고 말했다. 물론 용수공소 역시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른 어려움에서 비켜서 있지는 못하다. 무엇보다도 공소를 지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젊은이들은 도회로, 뭍으로 떠나는 탓에 고령화가 극심하다. 공소회장 이수찬씨도, 총무 김경민(요한·66)씨도 막내축에 끼고 공소 신자 대부분은 70세가 훌쩍 넘는 고령이다. 올해 97세의 김백욱(가브리엘)씨가 최고령이다. 김경민씨는 “저희가 어린 탓에 회장이랑 총무를 맡게 됐다”며 웃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주나 전입으로 인해 공소 신자 수가 미미하게나마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2017년말 실거주 기준으로 78명이었는데 2018년말에는 2명이 늘어나 80명이 됐다. 용수성지를 찾는 이들도 점점 늘어난다. 2015년 4월 순례객 20만 명, 2018년 2월 순례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앞으로 더 많은 신자들이 순례를 올 테니, 공소 신자들의 몫도 더 커질 터이다. 김대건 신부에 대한 자부심과 아름다운 풍광, 공동체의 신앙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용수공소 신자들은 지금까지처럼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신앙 공동체의 모습을 앞으로도 간직해나갈 생각이다.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