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미재 교수, 오스트리아서 30번째 개인전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7-02 수정일 2019-07-02 발행일 2019-07-07 제 315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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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 세계에 우리 문화 알리죠”
‘우연과 기회’ 주제로 8월 말까지 추상화·보자기 등 39점 선보여

2018년 빈에서 열린 ‘보자기 워크숍’에서 이미재 교수(왼쪽 세 번째)가 현지인들에게 보자기 작품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미재 교수 제공

“아름다운 풍광의 알프스 산마을에서 30번째 개인전을 갖게 되어 의미가 큽니다. 자연과 영혼의 ‘앎’을 다시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재(체칠리아·70·서울 용산본당) 청주대 공예디자인학과 명예교수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두 달간 오스트리아 라우리스(Rauris)의 라우리제르 탈뮤제움(Rauriser Talmuseum)에서 30번째 개인전을 연다.

‘우연과 기회’(Chance and Opportunity)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11점의 추상 회화와 14점의 보자기, 디지털 판화와 디자인 제품, 그리고 1984년 이 교수가 제작한 ‘바티칸 제대보’의 견본 등 총 39점이 전시된다. 라우리스에서 외국인을 초대해 열리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의 벨트 박물관(Welt Museum)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보자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우연히 라우리스를 찾았던 이 교수는 해발 950m 산자락에 위치한 그림 같은 풍경의 마을 모습과 순박하고 사람냄새 나는 주민들에게 반해 직접 박물관 관장과 만나 전시회를 성사시켰다.

“삶은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이미 흘러간 물은 다시 손에 잡을 수 없고 또 흐르다보면 온갖 것들을 다 만나게 되지요. 이 만남의 우연들에서 어떤 기회가 우리를 기다렸는지, 그리고 이 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붙잡았는지…. 결국 살 날 만큼의 우연과 기회의 힘은 계속된다는 의미를 작품들에 담았습니다.”

이 교수는 ‘비움’에서 시작해 ‘자연과 영혼’, ‘내 생에 미래는 오늘이다’라는 큰 주제를 갖고 작품 활동을 계속 해 왔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추상화 가운데에는 ‘펜티멘토’(pentimento)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펜티멘토란 겹쳐 그린 그림의 아래층에 이미 지웠던 형태나 선들이 희미하게 비쳐 보여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이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생의 씨줄과 날줄을 엮듯이 더하고 빼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처음에 의도하지 않은 형상들을 이끌어냈다.

작품 가운데 ‘Fantasy’19 01-sublimation of salvation(구원의 승화)’, ‘Fantasy’19 02-the victory of death(죽음의 승리)’ 등은 종교적인 색채를 드러낸다.

이 작품들에 대해 이 교수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두려움 없이 받아 들여 힘차게 승천하고 싶은 꿈을 담았다”고 말한다.

그는 신자임을 앞세워 작품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신의 손길이 삶의 길을 잃지 않도록 인도해주셨다고 믿는다.

“영혼이 맑으면 삶이 순수하고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 바람, 구름, 산, 하늘 그리고 달과 별…. 이들을 동경하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은총입니다.”

이 교수는 현지인들에게 한글, 보자기 등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함께 한다.

오스트리아 라우리스에서 30번째 개인전을 갖는 이미재 교수.

전시장에 들어가기까지 박물관 방 3개를 통과하는 길에 50m 길이 명주 천에 생명의 형상들과 훈민정음을 표현한 작품을 걸어 한글의 형성 원리와 우수성을 알린다. 천 조각을 이어 만든 보자기 작품을 전시해 한국 여인들의 근면절약의 지혜와 구조 대칭의 미학을 보여준다.

라우리스는 여름철 유럽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곳이라 주민들은 물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방문객들 또한 전시회를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고.

이 교수는 추상회화, 보자기 작업 외에 디지털 섬유판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에 맞춰 국내산 아마사로 이탈리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의 제대보를 제작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