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연 리뷰 / 뮤지컬 ‘최정숙’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7-09 수정일 2019-07-09 발행일 2019-07-14 제 315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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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함께 ‘대한독립만세’ 외친 역사극 겸 신앙극”

6월 29일 뮤지컬 ‘최정숙’ 공연.

6월 29일 오후 3시 광화문아트홀. 총 308석의 크지 않은 공연장이기는 해도, 객석은 어린 학생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들로 빈자리가 없이 꽉 찼다.

이날 무대는 6월 3~5일 제주 공연을 마치고, 6월 26~30일 서울에서 공연한 뮤지컬 ‘최정숙-동 텃저, 혼저 글라’(‘날이 밝았다, 어서 가자’의 제주 방언, 이후 ‘최정숙’)이었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주교구와 교구 3·1운동 100주년기념위원회(위원장 문창우 주교)가 만든 창작 뮤지컬 ‘최정숙’은 제주 출신 신앙인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았고,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 의료인이었던 최정숙(베아트릭스·1902~1977)의 삶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막이 오르자 공연의 소제목이기도 한 노래 ‘동 텃저 혼저 글라’와 출연 배우 모두의 군무가 흥겹게 펼쳐졌다.

‘최정숙’은 어린 시절 제주에서 함께 자란 최정숙, 강평국(아가타), 고수선(엘리사벳) 세 명의 친구들이 꿈을 가지고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던 중 학생소녀결사대를 조직해 독립운동에 앞장서면서 겪게 되는 인생의 대격변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최정숙’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음악과 노래다. 음악감독이자 작·편곡, 피아노 연주까지 맡은 윤순(로사리아)씨는 국악, 발라드, 스윙 재즈 같은 다양한 장르의 느낌을 주는 노래들을 통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화려한 무대 장치도, 특수 효과도 없이 오직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만으로 당시 제주의 척박한 시대상과 3·1 운동과 8·15 해방, 그리고 4·3 사건 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효과적으로 그린 점 역시 높이 평가할만하다.

공연은 10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박진감 있게 진행되었다. 객석에서의 호응도 뜨거워, 3·1 만세운동 장면에서는 객석에서도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도 했으며, 후반부에서 최정숙 선생이 교장을 역임한 신성여학교의 교가가 나오자 몇몇 관객들은 나지막이 교가의 선율을 따라 읊조리기도 했다.

‘최정숙’은 신앙극의 차원을 넘어서 역사극, 사회극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향후 교회 뮤지컬 제작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최정숙’은 8월 29~30일 제주 설문대 대극장에서 공연을 가진 후, 올 하반기 전국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