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2년째 사비 들여 월 2회 노숙인 식사 마련하는 서경숙씨

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9-07-16 수정일 2019-07-17 발행일 2019-07-21 제 3154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150명 굶는다는데 관둘 수 있나요”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서 봉사
식단 짜고 장보고 조리·배식까지 150인분 식사 직접 만들어 제공
성무일도·평일미사·성물방 봉사 등 생활 전체가 봉사와 기도로 가득
“이웃 사랑하라는 말씀 따를 뿐”

150인분 식사 준비를 마치고 배식대에 선 서경숙씨.

“제가 하루 쉬면 150명이 밥을 굶어요. 하루에 한 끼 겨우 먹는 사람들이 저 때문에 굶는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그만둘 수도, 쉴 수도 없죠.”

22년째 노숙인을 위해 사비를 들여 식사를 준비하는 서경숙(세레나·대구 효목본당)씨를 만나기 위해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찾았다. 마침 15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서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 말씀을 따를 뿐입니다. 제가 대단해서가 아니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노숙인 식사 봉사를 시작한 것은 1997년. 그저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활동이었다. 월 2회 식사를 준비하고자 식단을 짜고, 장을 보고, 조리해 직접 배식까지 하는데 이틀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 끼 평균 150인분의 식사, 2회 준비에 사용되는 쌀만 60여㎏, 계절에 따른 국과 밑반찬 3가지를 함께 준비하는데 월 50~60여만 원이 든다.

“가족들 식재료 살 때 함께 준비하기에 매달 얼마씩이라며 따로 정산하지는 않습니다. 돈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 못할 것 같아요. ‘우리 식구다’라고 생각하면서 가족들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준비하죠. 돈은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가족과 지인들도 봉사가 꾸준히 이어지자 서씨를 말리기 시작했다. 학교 교사인 남편, 아들 셋과 딸 하나에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서씨조차 서서히 지쳐갈 때쯤, 마치 주님이 이끄시는 듯 일이 풀렸다. 2000년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 종사자와 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국에서 추천자를 받아 시상했는데, 서씨가 제1회 사회복지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대구대교구로부터 20년 장기 봉사자 표창을 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남편은 든든한 조력자로 변했다. 장을 보러 갈 때면 함께 했고 무거운 짐들을 옮겨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힘닿는 데까지는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 이것이 주님의 뜻인가보다’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도도 더 열심히 하게 됐죠. 기도를 하지 않으면 봉사할 힘이 생기지 않았고, 봉사라는 활동 없이 기도만 하는 것도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돈 되는 일은 안 한다”며 웃는 서씨의 생활은 말 그대로 봉사와 기도로 가득 차 있다. 성무일도 등 1시간의 기도로 아침을 시작하고, 평일미사에 참례한 뒤엔 본당 성물방 봉사가 이어진다. 본당에서 성소후원회 회장, 사회복지회 총무, 제대회 회원, 레지오마리애 꼬미시움 단원 등을 맡았다. 매주 토요일이면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도서봉사를 한다. 이 일도 벌써 24년째 이어오고 있다. 숨 가쁜 일정 틈틈이 묵주기도도 잊지 않는다.

서씨의 기도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까.

“기도 중에 늘 노숙인들을 생각합니다.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늘 기도를 바치죠. ‘주님, 이 식사가 그들에게 약이 되게 해주세요’하고요. 단순히 한 끼 때우는 음식이 아니라, 거리 생활 중에 지친 그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약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