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39) ‘람페두사’ 미사로 이주민 환대 요청하는 교황 / 존 알렌 주니어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rn※존 알렌 주니어는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
입력일 2019-07-16 수정일 2019-07-16 발행일 2019-07-21 제 315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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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선출 직후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것이 의지의 표명이었다면 이를 처음으로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은 그로부터 석 달 뒤, 로마 밖 첫 방문지로 시칠리아 해안의 람페두사 섬을 선택한 것이었다.

짧았지만 대단히 상징적이었던 6년 전 그 방문을 기념하여 최근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난민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다른 대륙 사람들에게는 ‘람페두사’라는 지명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나 유럽인들, 특히 이탈리아인들에게 이 이름은 180만 명이 불법으로 유럽연합의 경계를 넘었던 2015년 이후 유럽을 괴롭혀 온 이민과 난민 위기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

지리적으로 보자면 인구가 약 5천 명에 불과한 람페두사 섬은 이탈리아의 남단으로 유럽의 시칠리아나 몰타보다 아프리카의 튀니지와 더 가깝다. 역사상 여러 순간에 람페두사는 로마 제국, 시칠리아 왕국, 구호기사단, 바르바리 해적, 그리스인들과 영국인들의 지배를 받기도 했으나 1843년부터는 시칠리아의 일부로 이탈리아에 속하게 되었으며, 백사장과 맑고 푸른 바다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람페두사가 유럽에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된 것은 이 때문이 아니다. 람페두사는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막다른 궁지에 몰린 수많은 가난한 이들이 리비아 해안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기 위해 도착하는 목적지로 널리 알려졌다.

이탈리아인들은 환대하는 민족으로 잘 알려져 있고, 처음에는 람페두사 시민들도 그들의 해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난민을 환대하는 일에 한몫을 하게 되어 기뻐했다. 전(前) 시장 주세피나 니콜리니는 난민 위기에 대처한 ‘무한한 인간애와 확고한 투신’으로 유네스코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재임 중에 유엔 난민 기구는 ‘람페두사 모델’을 본보기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7월 지방 선거에서 니콜리니는 908표만을 얻어 3위로 완패했다. 선거에서 이긴 경쟁자 살바토레 마르텔로는 기자들에게, 니콜리니가 국제적으로 박수는 받았을지 모르나 실제 유권자들을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는 동안, 젊은 이탈리아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가 ‘북부동맹’이라는 우파 정당을 장악했다. 본래 북부동맹은 이탈리아 북부의 분리 독립을 꾀할 목적으로 세워진 정당이었다. 살비니는 2013년 갓 마흔에 이 정당의 대표가 되었고, 장차 이탈리아 정치의 쟁점이 되리라 직감하며 ‘이민’ 문제에 집중했다.

살비니와 북부동맹은 2018년 총선에서 승리했고, 그는 현재 부총리 겸 사실상 국가 수장으로 이민과 난민에 점점 더 적대적인 정책을 추진하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했다.

최근 독일인 인도주의자인 난민구조선 선장 카롤라 라케테는 42명의 불법 이민을 ‘시워치’ 호에 태우고 람페두사 항에 입항했다가 체포됐다. 구금에서 풀려난 카롤라는 형사 고발과 5만6000달러의 벌금형을 받을지도 모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년 전 람페두사를 방문했을 때, 정원을 초과한 허술한 배를 타고 위태롭게 지중해를 건너려다 침몰해 죽은 난민 2만여 명을 기리며 그 바다에 화환을 놓았다. 람페두사를 방문지로 선택한 이유를 묻자, 교황은 그곳에 몰려드는 난민의 소식을 듣고 “심장이 가시에 찔리는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이웃의 고통을 나와 상관없는 일, 아무 관심도 없고 내가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일로 여깁니다.” 교황은 이탈리아 국기의 삼색으로 칠해진 낡은 고깃배에 세워진 제단에서 이렇게 강론했다.

미사가 끝난 뒤에는 이런 트윗을 남겼다. “우리는 이민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마음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가장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고 우리를 심판하실 것입니다.”

6년 전 그 방문 이후, 정치적 문화적 물결은 교황과 반대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헝가리와 폴란드도 반(反)이민 포퓰리즘 정당이 장악했고, 프랑스의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당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모든 상황은 교황의 람페두사 기념 미사가 6년 전 실제 방문보다 더 중대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그 당시 유럽이 아직 연민을 지니고 있으며 교황이 ‘만남의 문화’라고 표현한 문화를 지향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유럽은 점점 더 국경과 항구 폐쇄 쪽으로 기울고 있고 ‘연민 피로감’이 널리 퍼져 있다.

로마를 제외한다면, 람페두사는 이탈리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애착을 지닌 장소일 것이다. 이번 난민을 위한 미사를 통해 교황은 다른 이탈리아인들과 유럽인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니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rn※존 알렌 주니어는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