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침묵’(Die Große Stille, 2005, 다큐멘터리, 전체관람가)
‘위대한 침묵’이라는 제목 그대로, 168분 동안 이 영화에는 거의 대사가 없다. 영화 막바지에 가서야 노수사의 인터뷰가 등장할 뿐, 카메라는 그저 수도원의 일상을 비추기만 한다. 때로는 정지 화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면들 역시 잔잔하다.
이 영화의 장소적 배경은 카르투지오회의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이다. 카르투지오 수도회는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엄격한 봉쇄 수도원이다. 수사들은 세상과 단절한 채 독방에서 생활하며, 일 년에 두 번 묵상기간에만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은 1688년 해발 1300m 알프스 깊은 계곡에 세워진 후, 단 한 번도 생활 모습을 공개한 적이 없었다.
이 영화에는 두 가지 시간의 흐름, 하루와 계절의 흐름이 있다. 한 장소에서 매일 규칙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어찌 보면 단조롭고 똑같아 보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자연이 바뀐다. 평균 65년을 수도원에서 보내는 수사들의 한결같은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도요, 묵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