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다윗의 용기와 솔로몬의 지혜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7-23 수정일 2019-07-23 발행일 2019-07-28 제 315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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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일 간의 갈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경제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필자는 이 경제전쟁의 진행 양상을 보면서 일본의 국가전략 하에서 기획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지난주에 이 지면에 썼듯이 일본의 전략적 목표는 전쟁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소위 ‘북핵 위협론’으로 정당화될 수 있었는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행은 이러한 정당성을 불투명하게 했다. 이에 동북아에서 남북한 모두가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을 자국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일본의 국내정치적 측면을 부각하게 한다.

그렇지만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에 대한 과시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중국을 패권 도전 국가로 간주하고 있는 미국은 패권 유지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천명했다. 이를 동북아에서 실현하려면 중국을 견제할 동인을 갖고 있으며, 그럴 능력이 있는 국가가 미국에게 가장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해양세력인 일본은 대륙세력인 중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럴 수 있는 국력을 갖춘 유일한 동북아 국가다. 결국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 측면에서 볼 때 필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일본에 비해 전통적인 국력의 지표인 경제력, 국방력뿐만 아니라, 21세기에 들어와 더욱 중요해진 통화 권력(currency power), 금융 권력(financial power) 역시 열세다. 만일 경제전쟁이 금융전쟁으로 비화된다면 IMF 금융위기보다 더 큰 피해를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중재를 기대하는 것은 어떨까? 관망하던 미국이 중재에 대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중재안이 결코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미국의 패권 전략에서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보다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림수는 이 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의 위기일 수 있으며,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장기적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동맹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도 없고, 상대적으로 약한 국력이지만 굴복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일본을 규탄하고 비판하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단호한 대응을 하되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타협할 수도 있는,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국익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다윗의 용기와 솔로몬의 지혜일 것이다. “지혜의 노고에 덕이 따른다. 정녕 지혜는 절제와 예지를, 정의와 용기를 가르쳐 준다. 사람이 사는 데에 지혜보다 유익한 것은 없다”(지혜 8,7)는 말씀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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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