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나무

한문석(요셉·의정부교구 고양 중산본당)
입력일 2019-07-30 수정일 2019-07-30 발행일 2019-08-04 제 315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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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오늘도 주위 나무들을 보면서 일산 호수공원을 나는 걷고 있다. 키 큰 나무들도 푸르고, 키 작은 나무들도 푸르네.

다양한 나무들이 숲이 되어서 하늘을 가리고 있네.

한 자리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히 자라서 저렇게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되었구나. 다양한 나무들과 꽃들은 조화를 이루고 있네. 조화로운 일치는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내고 세상에는 기쁨과 행복을 주겠지. 다양성 안에서 이루는 일치는 행복의 조건이며 하느님의 뜻이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생명과 평화와 행복을 주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자. 내가 당신의 사랑을 영원히 노래하리이다.(시편 89,1)

자연 질서에 따라서

봄이 오면,

나무에는 푸른 잎이 솟아나고 봄 향기를 풍기고 꽃을 적시고 땅을 적시는 봄비가 부슬부슬 조용히 내리겠지.

여름이 되면,

나무마다 무성한 푸른 잎이 하늘을 가리고 왕성한 숲에서 내뿜는 신선한 공기 새소리 매미소리 풀벌레소리 불어오는 사람소리 듣기가 너무나 좋구나.

가을이 오면,

나뭇잎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겠지. 그리고 단풍이 나뭇가지마다 정답고도 쓸쓸하게 어우러져 있겠지. 불어오는 가을바람 소리 떨어지는 낙엽소리 새소리 들으면서 흐트러진 붉은 낙엽을 밟으며 나 혼자서 한없이 걷고 있겠지. 낙엽은 땅을 비옥하게 한다.

겨울이 오면,

무성한 나뭇잎 다 떨어지고 함박눈이 펄펄 하늘에서 내리고 있네.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피고 하얀 세상은 눈이 부시네. 아름답네. 낭만적이네. 스산함이 나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연가곡을 들으며 하얀눈을 밟으면서 나는 그들을 생각하며 걷고 있겠지….

계절 따라서 어울리고 있는 저 큰 나무들도 작은 씨앗이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고 새들이 와서 정답게 이야기하고 있구나. 나도 용기를 내어 복음의 씨앗을 뿌리며 살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손과 발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마르 4,31-32)

하느님 아버지시여, 생명의 원천이시여, 나를 도와주소서.

내 인생의 마지막 며칠, 마지막 몇 시간이라도 당신에게 봉사하며 당신만 바라보며 살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소서.

머나먼 하늘을 바라보니 흰 구름은 푸르고 맑은 저 편으로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네.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고 있는 검푸른 호수를 바라보며

주위에 치솟은 나무를 바라보면서

신비스러운 사계절을 생각하며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면서

천천히 호수공원을 나는 걷고 있다.

바람 속에 흔들리고 있는 길가에 핀

들꽃들은 나를 반기고 있구나.

한문석(요셉·의정부교구 고양 중산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