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백내장 수술 후 한쪽 눈 잃게 된 북한이탈주민 문성국씨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8-06 수정일 2019-08-07 발행일 2019-08-11 제 3157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억울하게 실명돼 죽고 싶은 심정…
수차례 죽을 고비 넘기고 찾은 남한서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상처만 남아
치료비와 수술비 감당하기엔 역부족
하느님 의지하며 신앙인의 온정 기대

삶의 의욕을 잃은 문성국씨 부부 곁을 지켜 온 박신영 수녀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살아 계신다”고 말한다.

문성국(49)씨에게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 지나온 그의 삶은 그의 표정을 앗아갔다. “하염없이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의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지만 지금은 살 길이 더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덤덤한 듯 보였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한(恨)이 가득했다.

그는 쌍지팡이를 짚고서야 겨우 남한 땅을 밟았다. 탈북 과정에서 다리뼈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모여 있던 은신처가 발각돼 도망가는 과정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아래로 먼저 대피시키느라 정작 본인은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면서 뼈가 부러졌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뼈가 튀어나와 골수가 밖으로 새어 나왔어요. 지나가는 의사를 붙잡고 뼈를 고정이라도 해달라고 애원해 봤지만 치료해 주지 않았습니다. 치료비를 낼 형편이 아니었으니까요.”

기대하던 남한 땅을 밟은 뒤에도 그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목숨 걸고 탈북 했지만 이곳에서 그는 갑작스럽게 한쪽 눈을 잃었다. 지난해 12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한 이후 왼쪽 눈이 실명된 것이다. 지금도 왼쪽 눈에는 아직 제거하지 못한 피가 가득 고여 있다. 담당 의사는 안구를 잘게 쪼개야 피를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수술 직후 그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리뼈가 부러진 고통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끔찍했다. 식은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었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진통제 없이는 잠을 못 이뤘다. 지금까지도 매일 밤 고통으로 인해 잠을 설친다.

결국 문씨는 9월 초 안구를 적출하고 인공안구를 넣는 수술을 받는다. 끝까지 자신의 안구를 지키고 싶었지만 눈의 형태가 점점 변형이 와 더 이상은 가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왼쪽 눈의 고통보다 그를 더 아프게 한 건 수술 이후 의료진의 태도였다.

그는 “올해 1월 병원을 옮긴 뒤 시력 검사를 하고 나서야 실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처음 수술 당시 의료진은 수술 결과나 제 눈 상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수술해 준 의사는 지금 병원을 떠났다”면서 “제가 북한에서 와서, 가족이 없어서 이런 일을 겪는 걸까요…”라며 울먹였다.

이후 병원 측에 이의를 제기하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200만 원을 보상금액으로 제시했다. 100만 원도 안 되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문씨 가족이 앞으로의 수술비와 병원비 등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억울함에 소송이라도 해 보고 싶지만 변호사 선임비용이 만만치 않아 진행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들을 곁에서 돌봐 온 박신영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수녀회)는 “이러한 한국사회의 무책임한 태도에 이들이 삶의 의지를 놓고 싶어한다”면서 “이들에게 한국사회의 따뜻한 손길을 우리 그리스도인을 통해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픈 그의 곁을 항상 지키는 아내 김미연(플로라)씨는 얼마 전부터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성당에 간다. 남편에게 하느님을 알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신앙이 있어 의지가 된다”면서 “앞으로 아픈 상처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19년 8월 7일(수)~8월 27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