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공소, 다시 보기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08-06 수정일 2019-08-06 발행일 2019-08-11 제 315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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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갖고 집단 개종!”

「경향잡지」 1960년 1월 호 20페이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양 떼 찾아 기쁨에 넘친 장항본당’이란 부제가 붙은 기사는 서천군 이사리 지역 성결교회 신자 28명이 천주교로 집단 개종하여 장항본당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성당으로 발걸음을 돌린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 믿음이 그릇되었음을 깨우치고 가톨릭의 올바름을 깨달음으로써 개종의 뜻을 표명하였다’는 것이 요지였다.

기사 말미에는 ‘이같은 다대한 성과를 거둔 이면에는 이곳 이충구(요셉)씨와 공소 김영진(시몬) 회장의 지대한 진력이 숨어있다’고 평가했다. 현재는 폐쇄된 대전교구 서산 한산본당 이사리공소 이야기다. 1994년 경 공소예절이 중지되면서 공소의 기능도 멈췄고 현재는 개인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언젠가 공소 건물마저 사라진다면 30명 가까운 개신교 신자들이 집단 개종했던 아름다운 이야기도 묻혀버릴 것이다.

‘공소이야기’ 취재를 하면서 고령화와 농촌 인구의 감소 등으로 외형적으로는 피폐해졌을지라도 그 안에 면면히 흘러오는 신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소 나름의 전통을 유지하며 순교자들로부터 이어온, 힘겨웠던 선배 신앙인의 삶을 계속해서 잇고자 하는 마음들이었다. 그건 단순히 건축물에 대한 외형적 형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가치들이었다.

하나하나의 공소는 이사리 공소처럼 귀중한 신앙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풍요로운 신앙의 증거물인 듯하다. 건물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사목적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후손에게 남겨져야 할 교회의 자산과 유산으로 공소를 바라보는 고민이 깊어져야 할 것 같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