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음은 사랑이고 행복이다 / 이윤숙

이윤숙 (안나·조각가)
입력일 2019-08-20 수정일 2019-08-20 발행일 2019-08-25 제 315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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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 건너 농사 짓던 밭에 창작촌을 만들어 사람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007년 당시 작가들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기에 작가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임에도 작업공간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작업실도 있고 농사 지을 땅도 갖고 있으니 이것을 어려운 작가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기도로 하루하루를 주님께 봉헌했다. 기적처럼 이 좋은 뜻에 동참하는 독지가가 나타나 ‘내건너창작촌’을 만들 수 있었고 11명의 작가가 입주해 활동했다. 일을 구상해서 진행하는 것은 우리가 하지만 분명 일이 되도록 하시는 보이지 않는 ‘그 분의 손길’을 느끼며 이웃 작가들과 함께 사는 삶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했다.

내건너창작촌 주변은 공장단지여서 주일이나 휴일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놀러 와 그들의 숙소인 컨테이너에서 요리를 해 나눠 먹으며 정보를 교환하고 놀다 가곤 했다. 가끔 창작촌을 기웃거리기도 했는데 당시 흉흉한 사건들이 발생하던 터라 외국인 근로자들이 때론 낯설고 무섭기까지 했다. 서로 인사도 하고 교류하다 보면 우리도 불편하지 않고 그들에게도 한국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으니 지역의 문제를 소통으로 해결하며 이웃사랑도 실천해 보자는 마음으로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컨테이너북카페’를 만들었다.

작가들만 사용하던 내건너창작촌이 주일이면 왕림본당 신자들과 외국인 근로자, 작가들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다. 미술활동 뿐 아니라 한국어, 한국노래를 배우고 풍물놀이도 체험도 함께했다. 서로의 마음이 열리니 어려울 때 찾아와 도움도 청했다. 월급을 못 받은 사람은 인터넷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다친 사람은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중에 가톨릭 신자도 있었는데 주일에 성당에 데려가 함께 미사도 드렸다. 한국말은 제대로 몰라도 미사 참례와 성체를 모실 수 있음에 행복해 했던 베트남 친구 쥬엔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남들은 이런 우리 가족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우린 오히려 마음 편했고 두 배로 행복했다. 작은 것 하나라도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인의 삶이리라.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태 22,37~39)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이윤숙 (안나·조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