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듭니다

황미구 원장rn(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9-08-27 수정일 2019-08-27 발행일 2019-09-01 제 316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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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은 키우고, 고집은 버리는 게 좋겠죠

【질문】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듭니다

대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학교에서나 성당에서나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점심시간에 뭘 먹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취업과 결혼, 사회적인 이슈들까지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의견 차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너무 완고한 것이겠지요?

【딥변】 소신은 키우고, 고집은 버리는 게 좋겠죠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때 장편대전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나라와의 전쟁에서 초조해진 조나라 왕은 진나라 첩자가 퍼뜨린 ‘진나라는 조괄이 장군 되기를 두려워한다’는 말을 믿고, 염파 대신 조괄을 장군으로 임명해 버립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괄은 조나라의 명장인 아버지 조서의 아들로서 아버지가 쓴 병법을 모두 암기할 정도로 매우 명석한 인물이었지만, 그의 어머니조차도 아들이 전쟁에 장수가 되는 것을 반대할 정도로 ‘종이 위에서나’ 병법을 논할 줄만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장편전쟁에서 조괄은 실전 경험도 없고, 참을성도 부족한데다가, 자신이 아는 병법만으로 전쟁을 치르려고 하다 40만 대군을 잃고 패배했다고 합니다. 이 전쟁의 패배로 조괄도 죽고, 결국 조나라는 망하게 됩니다.

후세에 조괄은 지상담병(紙上談兵), 즉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다’라는 고사를 남겼습니다. 그런 걸 보면 진정한 지혜는 지식이나 이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며, 삶의 경험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을 절대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지식이나 이론을 가지고 고집을 피우거나 자기주장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개인이 어떤 뚜렷한 주관적인 소신을 가지고 하는 말이나 행동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구분하기가 모호하기는 합니다. 더욱이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는 ‘고집을 피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주관적인 소신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관적으로 소신이 있으려면 어느 정도 그 분야의 지식과 학문적 기반도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생각과 통찰이 있어야 하며, 특히 이에 관련된 충분한 삶의 경험 등이 합쳐져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반면에 고집은 상대적으로 지식도 부족하거니와 지식이 있더라도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자신의 생각과 부합되는 사실들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상대방과 소통을 하거나 타협하는 과정이 없고,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사실을 고집하는 것과 어떤 의견에 대해서 고집한다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한번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관성처럼 계속 믿고 싶어 하는 속성 때문인 듯도 합니다.

주관적이고 소신 있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개인의 고유한 신념이나 가치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고집은 자칫 타인과의 소통이 단절되게 하고, 대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기도 하고, 이러한 순환 과정은 고집을 가진 개인으로 하여금 고집스러움을 오히려 강화시키게 만들어 버립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타인이 가지지 못한 개별적인 특수성이 있게 마련입니다. 개인이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하나하나의 특수성이 서로 맞물려야 비로소 하나의 완전성을 이루는 게 아니겠습니까? 개인이 가진 지식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는데,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집스러움으로 멈출 게 아니라, 타인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좀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분 스스로가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고집을 포기하는 순간 더 좋은 것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고집하는 것을 포기할 수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살아가시면서 삶의 체험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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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rn(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