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순교자들의 신앙을 묵상하며 / 최성민

최성민rn(소화데레사·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
입력일 2019-09-30 수정일 2019-10-01 발행일 2019-10-06 제 316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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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순교자성월의 끝자락입니다. 각 개인차가 있겠지만 신앙생활 초기부터 우리나라 순교성인들에 대한 신심을 키워왔던 저로서는 해마다 9월이 되면 반가움과 함께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고는 합니다. 원고 의뢰를 처음 받았을 때에도 순교성인에 관한 글을 한번은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터입니다.

새남터에서 가까이 살았던 이유로 성체조배를 익히기도 전에 유해실에 앉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나라 순교성인들께 즐겨 기도했고, 새로운 신부님을 위한 기도를 시작할 때마다-주로 본당에 신부님이 새로 부임해 오시면 멀리 새남터의 유해실을 찾아 사제를 위한 기도를 시작하겠노라- 조용히 홀로 보고드리며 은혜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성장은 연속성을 갖고 있죠. 육체의 발달뿐 아니라 영적 성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쉼 없이 중단됨 없이 연속성을 띤 채 하느님께 끊임없이 올려지는데, 때때로 성인들의 전구를 디딤돌 삼아 치고 올라가기도 합니다. 마치 아기가 유아기에서 자라 청년기 장년기 등을 거치듯, 끊임없는 기도 아래 전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집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 순응하여 나가는데 지금 저희 본당에는 제대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유해가 1년 365일 감실의 주님 옆에 계시기에 아주 감사히 매일 성인의 전구하심 아래 은혜로이 미사참례를 드리고 성체조배를 합니다.

가도 가도 또 성당에 가고 싶어지는 것은 분명히 성인의 전구하심이 함께 하심이 틀림없습니다.

본당의 기차 성지순례를 배론성지로 떠났는데요, 영상물 및 교육 목적으로 배포하신 최양업 신부님 책자에 눈물을 한참 흘렸는데 도착하니 비가 내립니다.

성인들의 피땀 어린 눈물인 것만 같아 절대 불평할 수가 없습니다. 미사성제 자체도 은혜로운데 최양업 신부님 및 황사영, 김대건 신부님 등 한국 순교성인들의 전구하심이 함께하는 미사의 은총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전날 큰아이의 정강이뼈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는데, 고해소 바로 저희 자리 앞에 주리를 틀려 수없이 휘고 꺾이며 고초를 겪었을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강이뼈 유해를 마주하며 깜짝 놀라고 맙니다. 작년에는 수리산성지에서 부인이신 복자 이성례 마리아의 은총을 한 아름 받았던 터라 차례로 주시는 성인 가족들의 폭포수 같은 은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성인의 크신 사랑 안에서 머묾에 그저 행복합니다.

9월이 시작되며 목숨으로 신앙을 증거하신 성인들께 면구하기만 했으나 막차에 가까스로 오른 이 죄인뿐만 아니라 저희 모두에게 크신 은총을 주시는 성인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최성민rn(소화데레사·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