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단법인 희망래일 ‘DMZ 평화기행-끊어진 철길 110㎞’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rn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9-10-07 수정일 2019-10-08 발행일 2019-10-13 제 3165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작은 발걸음들 모여 한반도의 대동맥 이어지길”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일행 ‘동해북부선’ 연결 염원 담아 나흘간 강릉~제진역 구간 달려
최북단 제진역에선 문화제 개최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가리~”

10월 3일 오후 2시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 플랫폼.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제진역에 안도현의 ‘철길’을 주제로 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사단법인 희망래일(이사장 이철, 이하 희망래일)이 제진역 일대에서 진행한 ‘DMZ 평화기행-끊어진 철길 110㎞’ 행사에는 서울을 비롯해 강원,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15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끊어진 철길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평화의 날이 오길 간절히 염원했다. 앞서 9월 29일~10월 2일에는 동해북부선 연결을 염원하는 ‘강명구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특별한 마라톤’을 진행했다. 평화를 위해 걷고 기도하는 이들의 여정을 소개한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특별한 마라톤’ 참가자들이 10월 2일 마지막 지점인 강원도 고성 명파초등학교에 도착하고 있다.

“강릉에서 제진까지! 동해북부선 연결하자!”

10월 2일 오후 2시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일대. 태풍으로 인해 비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강명구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특별한 마라톤’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힘찬 발걸음을 이어갔다. 등에는 희망래일 후원자 400여 명의 명단이 적힌 깃발을 메고 있었다.

‘동해북부선’ 연결을 위한 마라톤에는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를 비롯해 희망래일 황광석(요셉) 이사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강릉역에서 제진역까지 끊어진 동해북부선 110㎞를 연결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강릉~제진역 해파랑길 150㎞를 달렸다.

동해북부선은 강릉~제진 110㎞ 구간을 말한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원산까지, 함경선과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길이다. 하지만 현재 강릉~제진 구간은 철도가 끊어져 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마지막 지점인 강원도 고성군 명파초등학교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비에 흠뻑 젖은 채 나흘간의 달리기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보통 성인 한 사람의 발걸음이 60㎝”라면서 “우리의 작은 발걸음이 모여 150㎞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발걸음이 모여 150㎞를 완주한 것처럼 한반도의 대동맥인 철길을 잇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황광석 이사는 “궂은 날씨 속에서 달리는 것이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낀다”며 “힘든 만큼 동해북부선 연결을 위한 우리의 염원이 잘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3일 오후 2~5시 제진역 일대에서는 ‘DMZ 평화기행-끊어진 철길 110㎞’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제진역 문화제에 참석한 뒤 제진역을 관람했다. 제진역은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동해북부선 역이며, 현재는 어느 역과도 이어져 있지 않은 끊어진 철길이다. 1950년 폐지된 초구역을 계승했으며, 민통선 이북에 있어 군의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

이어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참가자들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금강산과 북한을 바라보며 평화를 염원했다.

제진역은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동해북부선 역으로, 현재는 끊어진 철길이다.

■ 인터뷰 / 희망래일 황광석 이사

“기차타고 유럽 가는 꿈 꾸며 평화 위해 노력”

“평화, 작은 실천 이어가는 과정”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 중요

황광석 이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면서 “쉬운 것부터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는 과정입니다.”

희망래일 황광석(요셉) 이사는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7월 사단법인 희망래일 창립을 함께 준비했던 멤버다. 희망래일은 5·24 대북제재 조치 등으로 남북관계가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통일에 대한 희망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남북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평화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만든 단체다. ‘래일’은 내일(來日)과 철길의 영어단어 ‘Rail’을 모두 의미한다.

“우리가 꿈을 꿔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가슴 뛰게 하는 희망을 다시 꿈꿔 보자.’, ‘서울·부산·목포역에서 기차 타고 시베리아 벌판을 지나 유럽까지 가는 꿈을 꾸면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겠느냐’고요.”

희망래일은 한반도의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륙 정체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끊어진 철도를 연결해 한반도가 대륙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황 이사는 “통일 그 이후와 너머의 비전을 꾸리기 위해 대륙 정체성에 주목했다”면서 “과거 기차를 타고 독립운동을 한 역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도 기차를 타고 유럽을 가는 게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청년연합회에서 온몸으로 겪어낸 그는 평화에 대한 염원이 남달랐다. 그는 “우리나라는 독립은 했지만 분단돼 있기 때문에 완전한 독립을 이뤘다고 할 수 없고, 평화로운 과정으로 분단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쪽에 있는 미완성 철도인 동해북부선을 연결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면서 “쉬운 것부터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스스로 목표를 만들어 통일과 평화를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시민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장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rn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